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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이야기 모음

살맛나는 세상을 통해 발굴된 사회의 선행, 미담 사례를 보다 널리 알리고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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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이야기

대  상 : 지장우 -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불빛처럼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불빛처럼 관련이미지 1 

막막함은 외로움과 두려움의 합성어다. 홀로 세상에 내던져질 때, 문득 앞이 보이지 않을때,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지장우(36) 씨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들과 그곳을 퇴소한 청년들의 지지자이자 후원자이자 안내자다. 만 18세까지 자신의 ‘집’이기도 했던 안성 리라아동복지관. 동생들이 느끼던 막막함은 든든함이 됐고, 그가 느끼던 외로움은 즐거움이 됐다. 서러움도 두려움도 작아져간다. 추억으로 쌓은 그리움만 자꾸 커져간다.

 

 

공감’으로 해나가는 지지와 응원

 

나쁜 추억은 있어도 나쁜 경험은 없다. 지장우 씨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자신이 겪거나 느낀 것들을 동생들의 길안내에 고스란히 쓴다. 그들이 자신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자립의 어려움과 사회의 차가움을 온몸으로 마주해야 하는 퇴소생들에게 비빌 언덕과 기댈 어깨가 되어주는 일. 그가 만약 힘들고 두려운 시간을 몸소 관통하지 않았다면 그 일을 지금처럼 잘 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과거 자신이 받고 싶었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건네면서,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현재를 그는 살고 있다.

 

“만으로 갓 열아홉 살이 됐을 때 보육원을 나왔어요. 퇴소생을 위한 지원이 거의 없던 때였거든요. 말 그대로 덜컥 사회에 내던져지는 거라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라요. 보육원 퇴소생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나아진 지금도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여전해요.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의 냉대를 견뎌야 하는 것도 큰 걱정거리거든요. 동생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싶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어려움을 버텨낼 힘이 생기니까요.”

 

세상으로 나오기 전까지 자신의 둥지이기도 했던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리라아동복지관. 만 18세가 지나 이곳을 나가게 된 동생들을 위해 그는 명절마다 자신의 전셋집을 개방한다. 명절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하루나 이틀 밤을 같이 지내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눈다. 혼자 사는 그가 32평이나 되는 전셋집을 마련한 것은 오순도순 정겨운 이 시간을 위해서다. 연말연시엔 식사모임을 만들어 한 해의 끝 또는 시작을 함께 하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면서, 끈끈한 연결감을 유지해간다.

 

“리라아동복지관에서 마련하는 ‘홈 커밍데이’가 1년에 두 번 있어요. 그날 복지관을 방문한 뒤에 퇴소생들이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하고 가요. 복지관에는 재원아동들이 있어서 공간이 부족하니까요. 금요일에 우리 집에 놀러왔다가 일요일에 돌아가는 친구들도 더러 있어요. 귀찮기는커녕 함께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이 참 즐거워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네다섯 살 꼬마였던 애들인데, 보육원을 나와서도 그 애들이 늘 눈에 밟혔거든요. 해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는 약 20명의 퇴소생과 휴대폰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꾸준히 소통 중이다. 진로상담부터 연애상담까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지지와 응원을 쉼 없이 해오고 있다. 고민이 깊거나 방황이 심한 동생들은 며칠씩 함께 지내며 살뜰히 마음을 보살핀다. 단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돌아간다. 결혼하는 퇴소생들은 배우자를 사전에 그와 반드시 인사시킨다. 진짜 오빠(형) 같은 그를 상대 배우자도 가족처럼 생각하며 존중한다. 작년 여름엔 퇴소생이 낳은 아기의 백일상을 자신의 집에서 다른 동생들과 함께 마련해줬다. 자기가 더 행복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누군가의 ‘친정’이 되어준다는 것. 그 순간의 감동이 여태 생생하다.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불빛처럼 관련이미지 2

 

가족의 이름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다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불빛처럼 관련이미지 3


그가 마음을 쓰는 것은 보육원 퇴소생들만이 아니다. 그는 재원아동들의 수련회에 참석해 간식과 물품을 지원하고, 캠프 활동을 같이 하며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들의 백일잔치와 돌잔치를 후원하는 것도, 수시로 복지관을 방문해 아이들과 공을 차는 것도 그가 즐겁게 하는 일들. 동생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의 삶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인다.

“제가 보육원에 있을 때만 해도 집단생활의 규율이 엄격했어요. 교사는 부족하고 원생은 많으니 형들이 동생들을 폭력으로 대하는 일도 있었죠. 지금은 물론 아니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이 따뜻한 분위기에서 생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약 그가 동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해도, 그가 귀감의 대명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모범적인 자립의 모습으로 후배 퇴소생들의 롤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2월 보육원을 나온 그는 성남기능대학 산업디자인과에 곧바로 입학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무수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결과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기관과에서 1년간 공부한 뒤, 몇몇 해운회사에서 무역선 기관사로 근무했다. 그 세월이 장장 11년이었다. 망망대해를 떠도느라 젊은 날의 평범한 추억을 포기해야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서기 위해 그 시간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

“1년에 두어 달 휴가가 주어지면, 보육원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같이 지냈어요.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제가 경험한 사회생활 이야기도 해주면서 함께 생활했죠. 외국에 나가있을 때도 아이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여기가 제집이고, 이곳 아이들이 제 가족이란 걸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불빛처럼 관련이미지 4


11년간 세계 곳곳을 떠돌며 모은 돈으로 2017년 10월 휴대폰 수리전문점을 냈다. 그리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전셋집을 동생들의 쉼터로 만들었듯, 사업장을 동생들의 일터로 키울 꿈이 그에겐 있다.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힘.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 힘이 그를 끊임없이 성장시킨다. 그런 그를 보면서 동생들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형(누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간다.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 이들처럼 아름다운 가족을 본 적이 없다.
  

“저는 제가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전혀 알지 못해요. 아무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거든요. 제가 원곡 지 씨 시조예요. 여기가 원곡면이라 보육원에서 제 성을 그렇게 붙여주셨는데, 어릴 땐 누가 저에게 무슨 지 씨냐고 물어보는 게 그렇게 창피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주어진 성씨도 주어진 가족도 없지만, 새로 만든 성씨와 새로 만든 가족 덕분에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잖아요. 이런 저를 보고 이 땅의 무연고 아동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그는 어느덧 막막한 삶들을 비추는 존재가 되어있다. 달빛이나 별빛이 없는 밤은 있어도 등대 불빛이 없는 밤은 없다. 그 사실이 문득 든든하다.

 

 

 박미경  |  사진 임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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