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이야기 모음

살맛나는 세상을 통해 발굴된 사회의 선행, 미담 사례를 보다 널리 알리고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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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이야기

대 상 : 신동욱 - 험난한 땅을 둥글게 굴러사는 저 휠체어 바퀴처럼
 

험난한 땅을 둥글게 굴러가는 저 휠체어 바퀴처럼 관련이미지 1

신동욱(68) 씨는 자신의 선행을 일종의 ‘선불’이라 낮춰 말한다. 사는 동안 열심히 나누고 살면, 훗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식을 향한 온정으로 되돌아올 거라 믿는 까닭이다. 그의 아들은 뇌병변장애인이다. 아들이 휠체어를 타게 된 뒤로, 지역 내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수리와 기증을 오래도록 한결같이 해오고 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휠체어 천사’라 부른다. 그의 꾸준한 ‘선불’이 누군가의 불편한 삶에, 소중한 ‘선물’이 돼주고 있다.

 

아픔에서 나눔의 샘물을 긷다

 

요즘 그는 병원에서 밤을 보낸다. 환자 옆 보조 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아침에 일터로 나오는 생활을 벌써 여러 달째 해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의 얼굴엔 이렇다 할 동요가 없다. 탄수화물의 분해를 돕는 아밀라아제처럼, 아픔의 소화를 돕는 효소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나눔’이다. 든든한 성분 하나 가슴에 품고, 그는 오늘도 자기 앞의 생을 담담히 이어간다.

“아들 녀석이 지난 1월 전동휠체어를 타고 홀로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여러 번 수술을 받고도 여태 병원에 있어요. 가슴은 아프지만,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요. 더 열심히 나누며 살면, 아들의 미래도 휠체어 바퀴처럼 둥글게 굴러갈 거라 믿어요.”

그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4년 어느 날 가족들이 함께 탄 차량이 대형 사고를 당했고, 만삭의 아내가 크게 다치면서 출생을 목전에 둔 아들에게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뇌병변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에게 휠체어를 처음 마련해준 건 1992년 특수학교인 대구보건학교에 아들이 입학하면서다. 업고 다니는 것이 더는 불가능해서, 망가진 휠체어 두 대를 얻어와 한 대를 새로 만들어줬다. 그날 이후 아들 학교 학생들의 휠체어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고장이 눈에 띌 때마다, 그때그때 기꺼이 손을 봐줬다.

“몇 년 뒤인 1997년 ‘수동휠체어를 수리해준다’는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의 홍보문구를 한 언론매체에서 봤어요. 어떻게 고치는지 보고 싶어 찾아갔는데, 봉사자로 나선 사회복지사 분들의 솜씨가 영 어설프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제가 직접 나섰어요. 그때부터 매주 수요일, 지역 내 복지관을 돌며 휠체어 수리 봉사를 시작했죠.”

 
험난한 땅을 둥글게 굴러가는 저 휠체어 바퀴처럼 관련이미지 2


관심이라는 이름의 기술

하지만 휠체어는 수요일에만 망가지지 않았다. 재활협회 측에서 연락이 오면, 하던 일을 잠시 접고 언제든 그 즉시 달려갔다. 경험이 늘어나자 아이디어도 덩달아 샘솟았다. 휠체어 탑승자의 옷이 타이어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보조장치를 만들기도 하고, 우산 꽂는 공간이나 컵 놓는 홀더를 휠체어 한쪽에 장착하기도 했다. 중증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 폐차장에서 안전띠를 구해와 달아주기도 했다. 휠체어에 안전띠가 없던 시절이었다. 관심이 곧 기술이고, 사랑이 곧 실력이었다.

“저신장증 장애인의 휠체어를 고쳐드린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체구가 작은 그분들은 어린이용 휠체어를 타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거라 색깔이 알록달록해요. 그게 어쩐지 미안해서, 어른용 휠체어를 그분 몸에 맞게 잘라드렸어요.”

봉사가 일상이 되면서 직업도 변경했다. 근근이 운영해오던 식당을 접고, 1998년 대구 서구에 휠체어판매·수리업체를 오픈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정보도 교류하고 봉사도 함께하는 기쁨을 그렇게 누리기 시작했다. 그의 가게 뒤편엔 ‘버려진 휠체어’의 부품들을 모아놓은 창고가 있다. 더는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 볼품없이 망가져 그에게 와도, 손색없이 이내 고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전동휠체어를 쓰는 분들 가운데는 성능 좋은 새것보다 몸에 익숙한 헌것을 계속 쓰려는 분들이 많아요.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자기 몸의 일부거든요. 사람의 병을 고치는마음으로 휠체어를 손보려 노력해요.”

지금껏 몇 대의 휠체어를 무상으로 고쳐줬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1만2천 대를 끝으로 더는 헤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에서 바우처 형태로 수리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10년 전부터는 지원사업비가 소진되는 하반기에 무상수리를 해주거나, 장애인이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금액 이상의 수리비는 받지 않는 식으로 봉사를 이어간다. 세상이 변해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그는 한결같이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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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에서 기증까지, 봉사에서 성장까지

그가 ‘휠체어 천사’로 불리게 된 건 수리 봉사 때문만이 아니다. 봉사 초창기 장애인들 집으로 무상수리를 자주 나갔던 그는 그분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톡톡히 알게 됐다. 휠체어라도 바꿔주고 싶어 생각해낸 것이 900여 군데 교회에 휠체어 기증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는 거였다. 한 곳의 도움으로 대구보건학교 학생 두 명에게 휠체어를 선물했다. 두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이제 직접 나서고 싶었다.

“1998년 한국장애인부모회로부터 ‘장한 어버이상’을 수상했어요. 그때 받은 상금 50만 원으로 경량 휠체어를 사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장애 학생에게 기증했죠. 수상의 기쁨이 더 커지더라고요.”

1999년 ‘자랑스런 구민상’을 수상하며 받은 200만 원도, 2011년 ‘정재문사회복지상’ 수상으로 받은 300만 원도, 그는 모두 휠체어를 기증하는 데 썼다. 상금이 없어도 기증은 계속됐다. 2011년 대구장애인재활협회에 400만 원의 보장구 나눔 성금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까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구장애인재활협회를 통해 모두 9,200만 원 상당의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저소득장애인에게 전달했다. 또 다른 보람이 가슴에 쌓여갔다.

“형편이 좋지 않아 올해는 쉬어볼까 싶다가도, 연말이 되면 마음을 고쳐먹게 돼요. 이 일을 하는 동안은 휠체어 기증을 쭉 해나가고 싶어요.”

1998년 ‘장한 어버이상’ 수상을 계기로 대구장애인부모회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2012년까지 대구장애인부모회 부회장과 회장을 맡으면서, ‘남구장애인주간보호센터’와 ‘대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에 앞장서기도 했다. 장애인 부모들이 서로 힘이 돼주도록 자조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봉사자로서의 철학을 갖추기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모두 아들 덕분에 시작한 일이다. 자식도 부모를 키운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이미 안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며 살면, 훗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겠지 생각했어요. 그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이젠 나누는 일 그 자체가 행복이에요.”

그는 얼마 전 전동휠체어 충전기를 가게 바깥에 설치했다. 밤늦게 길을 가다 휠체어가 방전돼도 누구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불편을 알아보는 눈은 점점 밝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손은 점점 빨라진다. 나눔으로 청춘을 다시 산다.

 
험난한 땅을 둥글게 굴러가는 저 휠체어 바퀴처럼 관련이미지 4
 
 박미경  |  사진 임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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