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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이야기 모음

살맛나는 세상을 통해 발굴된 사회의 선행, 미담 사례를 보다 널리 알리고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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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이야기

대  상 : 이정아 -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관련이미지 1

나눔 식당보다 '섞임 식당'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학교 안 청소년들이, 지역의 십대들과 지역의 어른들이, 같이 어울리며 서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오며가며 쉬어가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청개구리식당은 어느덧 마을이란 '공동체'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있다. 그 중심에 이정아(49) 씨가 있다.
야학 교사를 시작으로, 소외된 청소년들과 함께한 지 28년. 흔들림 없는 그의 '외길'에 사랑의 햇살이 반짝거린다.

 


지역에서 함께 보살피는 청개구리들

모든 공간엔 그곳만의 '공기'가 있다. 그 안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숨결과 기운을 뿜어내는 까닭이다. 청개구리식당엔 '자유'라는 이름의 공기가 떠다닌다. 어떤 친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어떤 친구는 그 옆에 누워 휴대전화를 본다. 이정아 씨를 보자마자 '하이파이브'를 해오는 친구도 있고, 스스로 알아서 간식을 챙겨 먹는 친구도 있다. 격의 없이 어울리고 경계 없이 함께 논다. '마음을 연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온기와 생기가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부천역 바로 앞에 자리한 청개구리식당은 일요일을 빼고 매일 문을 연다. '천막식당' 시절엔 일주일에 두 번 심야에만 문을 열었지만, 지난 연말 이곳에 둥지를 튼 뒤로 '붙박이밥집'의 길을 마침내 걷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만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놀 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는 이곳에 학교 안 청소년들도 심심찮게 온다. 모두 합해 180명쯤 된다. 이름을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밥만큼이나 따뜻한 사랑을 그들에게 건넨다.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은 이곳에 없다. '대장'인 이정아 씨가 매일 이곳을 지키고, 다른 봉사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각자의 시간과 물질과 재능을 나누고 간다.
'외부에서 몇몇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주세요. 상담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치아진단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 분들께 한 가지를 꼭 부탁드려요. 우리 아이들을 '대상'이 아닌 '중심'으로 봐달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몇 주짜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을 나눌 '시간'이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청개구리식당을 그는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본다. 이 공간을 매개로 지역의 어른들이 지역의 아이들을 살뜰히 돌보기를, 그리하여 건강한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그는 소망한다. 가출청소년이나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훈계'가 아닌 '온기'로 보살피는 일. 그것이 도시마다 마을마다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 그는 믿고 있다.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관련이미지 2 

 


관계 형성이 먼저다

청개구리식당은 2011년 9월 '한밤의 천막식당'으로 시작했다. 고강동 중앙공원과 부천역 앞에서였다. 그가 운영하는 물푸레나무청소년공동체와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부천시청소년수련관이 힘을 합했다. '수많은 아이들이 거리에 있다'는 자각이 그들을 움직였다.

'물론 힘들고 속상할 때도 있지요. 그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칠십 인생을 살면서 아직까지 베푸는 것보다 좋은 것을 발견 못 했거든요.'
'누구나' 누려야 마땅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의 봉사가 시작되었고, 그 '누군가'가 '누구나'의 범주에 들어서 는 그날을 위한 그의 나눔의 영역은 점점 커지고 깊어만 간다.

'식당에 처음 나간 날이었어요. 한 아이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침을 뱉으며 노려보더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즉석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그 애한테 간을 좀 봐달라고 했어요. 이내 눈꼬리를 내리면서 '맛있다'고 말해주던 그 애 표정이 생생해요. 그렇게 안면을 튼 아이를 다음에 만나면, 얼마나 깍듯이 인사하는지 몰라요. 중요한 건 관계를 형성하는 거예요. 모르는 사이일 땐 날을 세우지만, 아는 사이가 되면 정을 나눌 수 있어요.'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관련이미지 3 

  

 

청개구리식당에선 그 어떤 어른도 아이들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섣불리 충고하지 않는다. 따뜻한 음식과 훈훈한 관심, 단지 그것만 건넬 뿐이다. 진심은 역시나 통하게 되어있다. 2011년부터 꾸준히 청개구리식당을 드나든 친구들 가운데는 현재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이들이 10명쯤 된다. '나 이제 사람 안 때려요', '나 청개구리식당 덕분에 사람 됐어요'…. 철 든 '청개구리들'이 그런 얘기를 해올 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그는 느낀다.
'저도 많이 변했어요. 제가 네 아이의 엄마인데, 청개구리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식들에게 가졌던 기대들을 내려놓게 됐거든요. 이곳 아이들이 제 안의 욕심들을 끝없이 살피게 해줘요.'
네 아이가 아니라 '다섯 아이'다. 그에게는 열다섯 살에 만나 열아홉 살이 된 위탁자녀가 하나 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온갖 아픔을 짊어져야 했던 그 소녀가 그의 품에서 조금씩 회복돼 간다.
두 곳의 다른 기관과 함께 운영하던 청개구리식당은 2016년 1월부터 그가 이끄는 물푸레나무청소년공동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에서 지원하는 돈도 스스로 거부했다. 시민들의 후원금과 자신의 강연수입만으로 식당을 꾸려가지만, 세상의 '선한 흐름'을 믿기에 두려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관련이미지 4 


청소년과 함께 해온 28년


청소년에 대한 그의 관심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88년, 복사골 야간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면서 시작됐다. 성장기 내내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찌감치 삶의 방향을 정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던 열다섯 살 내외의 청소년들. 자신을 향해 환히 웃어주는 그들에게 뭔가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개척교회 목사인 그의 남편은 구로에서 야학 교사를 하던 청년이었다. 같은 뜻을 품은 동반자와 같은 길을 걷다가, 2002년 미국 세이비어교회에서 서번트 리더십 과정을 밟으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지역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진짜 공동체'를 꿈꾸게 된 것이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좋은 주말'이라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통합 체험활동을 시작했다. 물푸레나무그림책도서관도 개관했다. 지역의 아이들이 편히 머물다 갈 '쉼터' 같은 공간이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게 됐어요. 지적장애를 가진 다섯 자매,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던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 같은 이유로 아빠와 함께 살 수 없게 된 고등학교 3학년 소녀…. 위기에 처한 그 아이들을 방과 후에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거나,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그게 대안가정으로 이어졌어요. 아이들과 함께 살겠다는 청년들이 생기면서, 청년 한 사람에 아이들 두세 명씩 가정을 이뤄 살게 됐죠.'
2008년엔 청년들에게 대안가정을 일임하고 물푸레나무청소년센터를 설립, '함께 살던' 학교 밖 청소년들과 대안학교 활동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부천의 청소년 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청개구리식당이 만들어졌다. 그가 소외된 청소년들과 함께해온 지 곧 30년이 된다. 오랜 시간 수많은 일을 해오고도, 그는 처음처럼 다시 꿈을 꾼다. 가출청소년들이 회복하고 자립하도록 돕는 '여인숙'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청개구리식당이 그렇듯 이곳도 마을을 건강한 공동체로 이끄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마음을 섞을 또 한 그루의 정자나무가, 소리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을마다 서 있던 한 그루 정자나무처럼 관련이미지 5 

 

 

 박미경  |  사진 임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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