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진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우리는 미처 몰랐나 보다. 2011년 양업고등학교 학생 여덟 명은 매주 수요일 저녁 지역 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찾아 그들의 형, 누나, 언니, 누나가 되었다. 아이들 스스로 나선 일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봉사동아리는 ‘형 언제와’라는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형 언제와’ 학생들은 여전히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봉사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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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도 행복한 세상을 품다


“양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우리와 다른 피부색,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또한, 나의 주변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문화를 조사해보고 그 문화를 이해해 봅시다.”

한창 점심시간인데, 봉사동아리 ‘형 언제와’ 부원들은 바쁘다. 다문화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다문화 소개와 퀴즈, 배지 나눠주기, 퍼즐 맞추기 등을 준비한 캠페인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색색의 피켓을 들고 목청을 높이는 형 언제와 부원들 곁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금세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설명하는 학생의 얼굴도, 친구의 말을 경청하는 학생의 얼굴도 어느새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하다. 교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스스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배움의 시간인 것이다.

2011년 3월 형 언제와의 시작도 그러했다. 충청북도청주시 양업고등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로, 특히 자유로운 봉사활동을 권장하는 곳이다. 방과 후에 묵묵히 ‘옥산공부방’에 찾아가 아이들을 돌보던 김용빈 학생은 지역 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여럿이 함께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로 학교 내 친구들 여덟 명이 모여 봉사동아리를 꾸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자신들을 편히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집으로 찾아가자는 아이디어도 학생들 사이에서 먼저 나왔다. 매주 일대일로 만나는 그들은 더는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한국어가 서툰 엄마, 아빠를 대신해 공부를 봐주는 누나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형이었다. 친구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모를 외로움과 분노를 가졌던 아이들이 그 조막 만한 마음을 형 언제와 학생들에게 의지했다. 봉사가 있는 날 이면 동아리 지도 교사가 학생들을 승합차에 태워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있는 옥산면에 닿기도 전에 귀여운 독촉 전화와 문자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긴 '형 언제와'라는 문자 메시지가 그대로 동아리의 이름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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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시간에도 마음을 잇다

“형 언제와 동아리는 청주시 옥산면 일대의 다문화가정을 방문하여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 왔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에도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요. 대면이 힘든 만큼 아쉬운 마음을 담아 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들고 포장해 옥산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올해 지도를 맡은 지송근 교사와 김연수(23기, 3학년) 동아리 부장의 의욕은 대단하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동아리 활동을 마음먹은 만큼 할 수 없는 아쉬움도 크다. 지송근 씨는 양업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임용된 지15년째다. 형 언제와의 지도 교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오래도록 가까이에서 봐 왔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스스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봉사를 찾아 실천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이 시작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다문화가정을 위한 초청행사와 여름 캠프를 열 만큼 학교의 큰 지지로 돌아왔다.

“시기가 어렵지만 형 언제와의 활동은 여전히 의미가 크다고 믿어요.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전달할 쿠키를 만들고 선물을 포장 하는 데 일손이 모자랐던 때가 있었거든요. 방송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니, 동아리 부원이 아님에도 정말 많은 학생이 찾아와 도움을 주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이미 학교 전체가 저희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어느순간 모두가 저희와 같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음이 따뜻해진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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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동 돌봄에 관심이 많았던 김연수 부장은 2학년에 올라오며 형 언제와의 부원이 꼭 되고 싶었다. 역사가 깊은 동아리인 만큼 경쟁이 치열했지만, 의미 있는 활동으로 2013년 ‘우정선행상’까지 받아 그 상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은 멋진 동아리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우정선행상’ 수상은 동아리와 학교의 자랑이다. 그러나 형 언제와의 선배들은 큰 상을 받은 후에도 변함없이 봉사를 계속해오며 졸업 후에도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20대가 된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기도 하고, 과자를 보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형 언제와의 선배들은 자신이 돌본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한 번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먼저였다. 김연수 부장은 이러한 형 언제와의 역사가 자랑스럽다.

지금 형 언제와의 간절한 소원은 코로나19가 한시라도 빨리 끝나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다면 형 언제와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 모여 코로나19에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열심히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하고 있다. 혹여누군가는 이들에게 입시를 먼저 걱정하라고 훈수할지도 모른다. 일부 학생 봉사활동이 서류상의 요식 행위에 불과해지는 세상에서, 어른들이 놓친 것을 스스로 배우고 있는 이 대견한 학생들에게 감히 말이다. 올곧고 단단한 마음의 뿌리를 뻗으며 성장해가는 학생 봉사동아리 형 언제와의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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