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속을 많이 썩였었는데 지금은 많이 온순해진 거라고 하신다. 하지만 엄마는 그때 한가지 선행은 정말 기특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어느 날,길을 가고 있었다
그 날도 역시 싸가지가 코딱지만큼도 없는 표정으로 껌을 짝짝 씹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 늦은 오후였다. 우리동네는 공원 앞에 비디오방이 있고 그 옆에 미용실이 있었다.
미용실 앞에 불량 오락기 두 대가 있는데 그게 우리동네의 낙이었다. 특별히 놀만한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 오락기 앞에서 어떤 꼬마녀석이 울고 있었다.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이 날 정도이다.
울고 있는데 아무도 신경도 기울이지 않고 지나가던 어른들마저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무지 피도 눈물도 없던 사회(?)였던가.
그냥 지나가기 좀 찜찜하기도 하고 동정심도 들고 여러 심정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녀석, 어찌나 귀엽게 생겼던지..;; 흠, 일단 그 아이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주머니에 있던 막대사탕을 손에 쥐어주고,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꼬마야, 길을 잃었니?”
“...”
“말해봐, 누나가 다 해결해 줄게..”
사실 해결해 줄 생각을 그리 많이 않았다;; 하지만 일단 상태를 봐야 하니까..
“...누나가 나 떼어놓고 집에 가버렸어...”
“뭐??”
이런 나보다 더욱 싸가지가 없는 아이가 있잖아;; 뭐, 그 외에 자초지정을 듣고 난 그 아이를 업었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데려갔다. 집이 꽤 먼 거리여서 진땀뺐다. 하지만 애를 그냥 놔두고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다행이 그 아이가 자기네 집 전화번호가 적인 팔지를 하고 있어서 그 집에 전화를 걸어 대려가라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걔랑 칼싸움하면서 놀고 있는데 그 아이 엄마가 오셨다.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 들어보니까 누나가 말 안 듣는다고 떼어놓고 왔댄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엄마를 찾았으니까... 지금은 그 꼬마랑 연락이 안되어서 섭섭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행담이었다. 아직도 그 꼬마 길 잃어버리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