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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주은 지갑속에서 찾은 작은 행복

작성자
이**
작성일
2004-05-18
댓글
0
조회수
872
일주일 전 토요일 날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일찍끝나 기분이 좋았던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정작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채... ㅋ

내가 집으로 오는길 언덕에는 500년도 더 된 화양정 느티나무가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어느 새 느티나무와 주변 나무들은 푸릇푸릇 새잎새를 키워 잔잔히 부는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신나게 집에 가다가 문뜩 바닥에 이상한 것이 스쳐지나간 것 같아, 다시

돌아가서 보니 웬 지갑이 떨어져있었다.

지갑을 보니 아이들이 갖고노는 지갑은 아닌듯 싶었다.

누군가 버렸나 싶어서 보니 안에 몇개의 카드와 영수증 종이쪽지만 있었다.

역시 돈은 누가 가져간 것 같았다.

다시 놓고 오는게 마음에 걸려 집으로 가지고 들어와 자세히 보니

카드 서명란에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궁금해 했던 종이쪽지는

운전면허 시험증 서류였다. 그 서류안에 사진과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등

다 적혀있었다.

아마 동네에 있는 자동차학원에 시험보러 왔다가 떨어뜨린 것 같았다.

지갑 주인은 남자였는데 쫌 잘생겼었다 ㅋ

솔직히 연락을 해야하는지 안해야하는지 무척 고민을 했다.

갖다주려고 연락을 해서 돌려주는데 그안에 돈이 없는 걸 보고

날 의심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할지 몰라 엄청 갈등하던 중 갑자기 며칠전 화요일 우리반 아이가

선생님께 남을 도와주는 용기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질문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 때 선생님께서 아무댓가도 바라지말고 기꺼이, 무조건 도와주라고 하시면서

그런 행동을 많이 하는것도 좋은 경험이고 하다보면 그런 용기는 당연히 생긴다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연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화를 하니 사진 속 남자 같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고, 사정을 말하며 지갑을 주웠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럼 일요일 쯤에 이 쪽으로 올테니 그 때 돌려달라고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연신 나에게 했다.

웬지 모를 뿌듯함과 스스로 정말 잘했다는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요일 지갑주인을 만나 돌려주면서

"내가 봤을때는 지갑에 돈은 없었어요, 좀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자 아마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다며 지갑을 돌려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여자친구에게 선물받은 지갑이었는데 없어져서 여자친구 만나기 껄끄러웠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다시 고맙다고 말을 내게 해주고는 가버렸다.

쑥스럽기도 했고, 보람있기도 했지만, 만약 내가 저 지갑주인이었더라면 하고

생각해보니 참 안타까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난 학교에서 500원짜리 동전하나, 펜하나 잃어버려도 짜증이 나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않은데 그 지갑주인은 돈과 지갑 모두를

잃어버리고 여자친구 볼 생각에

하루종일 짜증나고 안타깝고 우울했을 것이다.

내가 17년동안 살면서 손꼽히는 잘한 일 가운데 한가지 일이 될 것 같다.

그 날 하루종일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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