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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이웃사람

작성자
박**
작성일
2004-05-21
댓글
0
조회수
1236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 ^

몇일 전 친구와 늦게까지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난 "정은"이라는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 얘기나 할까.. 하는 생각에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누군가 열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아빠께서 빨리 문을 열으라며 다그치셨다.
다소 불만스런 마음과 함께 문을 열어보니 동네 할머니께서 손전등을 들고 찾아오신것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그 할머니는 꽤 유명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염소아저씨"라고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시는 아저씨네 집은 정말 염소를 키운다.
여름이면 온동네가 염소 울음소리에 시끌시끌하다.
더군다나 푹푹찌는 태양에 염소똥냄새하며..
정말 이해하기 힘든 아저씨이다. 집 또한 특이하다.
직접 손수 돌을 쌓아 만든 듯한 돌벽을 갖고 계신다.
분명 내가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까진 돌벽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음..
여하튼 이런 특이한 집안의 할머니께서 우리집을 찾아오신 것이다.
가끔 아빠와 대화를 나누고 계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할머니께서는 다 구겨진 누런 종이 조각을 들고 오셔서는
아빠와 함께 내용을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셨다. ((전기가 거시기 거시기;;;;;;;))
대화를 마치신 아빠께서 날 향해 고개를 돌리시더니 하시는 말씀.
"할머니 따라가서 불 좀 켜드리고 와라."
늦은 밤 10시경. 난.. 지금까지 이상하게만 보아온 특이한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뒤따라 나온 내 친구 정은이는 초등학교 시절에 한번 이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며 내게 얘기해 줬다.
그때 염소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들어오라는 말에 한번 들어가 봤다는데..
짧은 대화를 나누고 바로 도착해 버렸다. 바로 옆옆옆집이었기 때문에 a
옛날 집의 대문처럼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나무문 ㅠ 무서웠다 ;
그런데 정말로 할머니께서 들고 계시는 손전등을 제외하고는 아무 불빛도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지금 염소아저씨(아들)께서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불을 켤 수가 없다며 불을 켜 달라고 하셨다.
방안으로 들어간 순간. 난 정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 그리고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조잡하게 널려져 있는 옷들과 물건.. 또 방안까지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할 만큼 더러워진 바닥.
놀라운 마음도 들었지만 우선 불을 켜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벽을 더듬더듬거리며 스위치를 하나하나 켜 나갔다.
그리고 부엌에 들어가 공중에 메달렸다고 추정되는 스위치를 찾으려 손을 붕붕 휘저었다 ;
모든 불을 키자 할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언제 시간이 나시느냐고 말씀하셨다.
그 외에도 몇가지 대화를 주고 받은 뒤 할머니의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나와 정은이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앞에 서서 정은이와 나는 몇몇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4학년 초까지는 염소아저씨는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께서 홀로 지내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염소아저씨께서 나타나셨다는 것이다.
그리곤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염소아저씨께서는 일을 하시지 않는 듯 해 보였다고 한다.
오로지 할머니께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박스와 재활용품들을 모아와 파시는 듯 했다고..
지금도 가끔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할머니께서 박스를 모아 정리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인다.
요즘.. 할머니를 뵙게 될 때면 웬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할머니께서 날 바라보고 계시지만 고개를 땅바닥으로 숙이게 된다.
그때 난 할머니에게서 세상 어머니들의 사랑을 보았다.
철부지같이 자전거타기와 인라인을 좋아하는 수염난 염소아저씨를 할머니께서는 아무말 없이 받아주시고 이미 다 커버린 지금도 길러주신다.
할머니께서는 허리를 피시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매일 뒷짐을 지신체
이리저리 종이박스를 주으러 다니신다.
알고보니 아빠와 할머니는 아빠께서 집에 있는 종이와 박스등을
모두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아빠를 보니 아빠가 작아 보였다. ( 커보여야 정상이겠지만..)
친 할머니.. 아빠의 엄마이신 친 할머니의 작은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양로원에서 홀로 지내고 계실 할머니가 떠오른다.
가끔 내 동생을 데리고 먼 그곳으로 찾아가시는 아빠가 생각난다.
그땐 따라가기 싫다며 얼마나 짜증을 부려댔었던지...
이번에 다시 할머니께 가게 된다면 꼭 따라가야지.

어찌되었든 난 그 특이한 집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 그 집의 염소아저씨와 염소할머니도 알게 되었다. )
그 곳은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가득 뭍어나 있는 작은 고향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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