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오성학교 이보숙 교사(38)는 제자 사랑 각별하고 오지랖 넓기로 유명하다. 강릉지역 중소기업체 사장이나 공장장 중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방과후 거의 매일 기업과 관공서를 돌며 제자들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가 1년 동안 뿌리고 다니는 명함만 500~600장에 이른다.
오성학교는 정신지체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학생 260명에 교원이 75명이고 유치원을 포함, 초·중·고교 전 과정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직업교육 프로그램. 오성학교는 전국의 여느 특수학교보다도 취업률이 높다. 졸업생 취업률이 98년 57.1%, 99년 62.5%, 올해는 89.5%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종이컵 제조, 건물 청소, 세차 같은 단순업무지만 정신지체 장애인 대다수가 직업 없이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 학교 어명훈 교장(64)은 “이 모두는 이보숙 교사가 중심이 돼 고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교육을 실시하고 직장을 알선한 덕분”이라며 “학부모들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취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재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법에는 직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하게끔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회사는 별로 없다.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도 장애인들의 고용을 꺼리고 있다. 최근 제2건국추진위원회가 전국 231개 기초자치단체와 2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21%에 불과했다.
이교사는 대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1986년 춘천 동원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오성학교로 부임한 것은 93년. 그는 96년 오성학교에 전국 특수학교로는 처음으로 일반 교과과정 외에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개인별 장애등급과 관심분야에 따라 식물 재배, 재봉틀, 도예, 홈패션, 조립 등의 분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한 뒤 2년 동안 교육시켜 관련 업체에 실습을 내보낸 것. 아울러 그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기업주를 찾아가 취업을 부탁하고, 제자들을 받아주는 기업에는 장애인 고용으로 세제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무서에 제출하는 각종 증빙 서류까지 대행해주었다. 제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도 빠뜨리지 않았다. 수시로 업체를 방문, 졸업생들이 직장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상담활동을 벌였다.
오성학교의 취업률이 급상승한 것은 이처럼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직업교육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오성학교에는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구인의뢰가 쇄도하고, 취업자들을 중심으로 동문회까지 결성되는 등 경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교사는 “장애인 교육은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도와 궁극적으로 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장애인 교육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