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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그래도 살만한 세상 우리가 만들어가요”px,auto,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0-23
댓글
0
조회수
895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 나누는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사는 자원 봉사자들. 각박한 세상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노력과 정성, 자기만의 전문 기술과 지식을 남을 위해 쓰는 이들이 있기에 부족하고 외로운 이웃들이 덜 부족하고 덜 외로울 수 있다. 이들은 봉사라는 말도 여간해서 쓰지 않으려 한다. 일방적인 베풂의 뜻이 있어서다. 대신 자원활동이라고 부른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노원자동차검사소 ‘주민자가정비교실’. 한 주민 학생이 말한다. “선생님, 엔진 소리가 이상하고 차에서 냄새가 나요”. 정비 자원봉사자 조정권 선생님(34)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산소 센서에 문제가 있어서 그래요. 이 센서는 사람으로 치면 소화 기능을 맡는 장치인데요….”


조씨는 ‘기름밥’만 15년 넘게 먹은 자동차 정비 베테랑이다. 검사소에서 정비교실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선뜻 나서는 직원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미국 지사에서 1년간 현지인들에게 정비를 가르쳐 본 조씨가 용기를 냈다.


“타이어 하나 갈아 끼울 줄 아는 사람이 드물죠. 나만의 노하우를 모두의 노하우로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교실이 벌써 15개월째다.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6주 과정의 교육. 처음 몇십쪽밖에 안되던 교육 프린트물이 지금은 165쪽에 이르는 번듯한 교재가 되었다. 교육용으로 내놓은 자가용 아반떼는 엉망이 됐다. 차 살 때, 보험 들 때 이것저것 물어보고 설악산 고갯길에서 교육받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화해주는 ‘제자들’. 최씨는 이맛 때문에 산다.


“일본인들 참 지독해. 의자 하나하나 다 만져보고, 사진 다 찍고….” 공사가 한창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2층에 마련된 월드컵 홍보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정태 할아버지(71)는 일본인 전문안내 요원이다. “일본인 건축가들이 많이 왔다갔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 메모하고, 질문도 어찌나 많은지. 밉긴 해도 배울 건 많은 것 같애”


‘왜정’때 ‘웬수같이’ 배운 일본어를 ‘나라’를 위해 제대로 한번 써보고 싶어 지원했다. 경주이씨 종친회에서 돈관리를 하는 재무부장이지만 봉사날은 만사 제쳐놓고 상암동으로 달려온다. ‘패밀리’에 그렇게 통고했다.


대지 면적이 몇평이고, 관람석이 몇개고, 경기장 지붕이 뭘 형상화한 것이지 이 할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월드컵 경기장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메가폰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이 할아버지는 그래서 늘 자신감이 넘치고 신나는 표정이다. 직업청소년학교에서 자원봉사로 교편을 잡았다가 몇년 쉬고 다시 일같은 일을 해서 요새 너무 기분이 좋단다. 이 할아버지 소원은 월드컵 대회 후 홍보관이 박물관으로 바뀌고 나서도 안내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10년 전 남편의 권유로 YMCA에서 사진을 배운 유숙자씨(51). 그후 공모전에서도 입상, 지금은 한국 사진작가협회에 등록된 사진작가다. “작가 이름을 얻기 위해 10년 동안 앞만 보고 살았어요. 올 봄에야 이제는 주위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원봉사센터에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사진을 좀 찍을 줄 아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냐고. 4월 어느 날 과천 대공원에서 갑자기 비가 내려 어른들은 가까운 정자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는데 사생대회에 나온 어린이들은 비를 피할 데가 없어 계속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장애인이나 노인 시설 행사, 홍보물 사진을 찍는다. 얼마 전에는 한 양로원에서 치매 노인들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은 지금 문앞에 붙여져 자기 방 못찾는 노인들의 나침반 구실을 하고 있다. “내 손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 내 기술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게 행복해요”


서대문 복지회관의 ‘따사로움 청소년 공부방’. 연세대 교육동아리 ‘배움누리’가 주축인 이 방의 터주대감 최재영씨(28). 지난해 교육학과를 졸업한 최씨는 중학교 1~3학년을 가르치는 공부방에서 1학년을 맡고 있다.


“애들이 너무 귀여워요. 동생같은 게 아니라 동생이죠. 공부도 가르치지만 형 노릇하는 데 더 비중을 둡니다”


최씨는 아이들이 너무 좋다.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세상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최씨의 ‘따사로움 교육학’은 간단하다. 학교에 적응하고 밝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전남 장흥이 고향인 시골 촌놈이죠. 고향에선 어려운 사람 있으면 돕고, 또 도움도 받고 살죠”. 이런 따뜻한 사회를 위해 최씨는 아이들뿐 아니라 장애인·노인들도 돕고 살려고 한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돈을 좀 벌어서 40대에는 ‘대안 학교’를 짓는 게 꿈이다.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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