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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실버 강사’와 ‘주름살 학생’이 만난다 px,auto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0-30
댓글
0
조회수
484
『한글 자음에는 ㄱ, ㄴ, ㄷ, ㄹ등이 있습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노인 종합 복지관 4층 강의실. 자원봉사원 허금수(여·71)씨가 수강생 15명을 상대로 한글 기초반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은 못배운게 한이 된 모두 60대이상 여성들. 눈가는 주름 범벅이지만 눈빛 만큼은 형형했다. 허씨는 『아는 것을 미루며 게으러질 나이에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며 『까막눈이던 이들이 간판을 읽어내는 등 발전하는 것보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복지관 장수대학 강사진 30여명 중 15명은 모두 60세 이상. 「실버 세대」에 대한 「실버 세대」들의 봉사가 맹렬한 셈이다.
강사중 최연장자인 강사 정균식(83)씨는 영어 초급반을 맡고 있다. 매주 금요일 1시간을 가르치기 위해 은평구에서 오가느라 길에서만 3시간 가량을 허비하지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느는 맛이 더 쏠쏠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딸을 보러 가기 위해 영어를 배운다는 아주머니, 영어 모른다고 문맹 대접을 받기 싫다는 할머니 등을 위해 쉬운 생활 영어 중심으로 교과 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다. 요즘은 「어디 가십니까」, 「시계 있습니까」등 간단한 회화를 반복하고 있다.

일본어 이야기방을 맡고 있는 정영남(여·76) 강사는 일본 동요, 속담 등으로 수업을 짜 1시간의 수업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는 것. 그는 『옛날 배운 일본 노래를 부르며 일본 말을 익히도록 한다』며 『학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흥이 절로 난다』고 웃었다. 정씨는 봉사 시간이 7000시간이 넘는 「봉사여왕」이기도 하다. 초등 교장 출신으로 중학교 진학지도, 한문 지도는 물론 붕대 접기 등 병원에서 봉사로 한 주일이 눈깜짝할새 지나간다고 말했다.

배정모(72)강사는 일본어 뿐 아니라 덤벨 체조 등 강의 2개를 맡고 있다. 일본어구사가 능통한 배씨는 『알고 있는 걸 그대로 썩힐 수 없어 교단에 섰다』며 『학생들이 수업시간 20여분전에 나와서 복습, 예습도 하고 조는 분들도 없어 긴장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영어중급반의 조술영(65) 강사는 가장 인기가 높다. 60대 이상의 여성 학생들을 「○○ 어머니」라고 부르는 조씨는 출석표까지 챙긴다. 강의 시간 절약을 위해 수업전에 미리 나와 그 날 배울 것을 칠판에 적는 등 열성도 대단하다는 것. 한 학생이 3일이상 결석하면 동료들에게 『걱정되는데 한번 연락 좀 해보라』는 등 자상한 면도 많다고 학생들은 귀뜸했다.

「실버 강사」들은 5월 15일 스승의 날 학생들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받았다. 이들은 장수 대학 강단에 서면서 가족과 주위로부터 『편히 쉬시지 괜히 힘든 일 한다』는 걱정도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들은 『건강해지고 재미있다』며 주위 친지들에게 봉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구성재기자 sjk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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