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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버스친절도 이정도면 호텔급"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06
댓글
0
조회수
732
붐벼서 짜증나는 아침 출근길, 친절한 운전사만 만나도 마음이 환할텐데 은은한 꽃향기에 깔끔한 커튼까지 쳐있는 버스를 탄다면.

그런 버스가 있다. 경기 안산시 본오아파트에서 안산공단까지 운행하는 경원여객 52번 버스로, 운전사는 김정훈(金楨勳ㆍ33ㆍ경기 시흥시 정왕동)씨다.

김씨는 2년 전 이 버스를 운전하면서 “햇살이 따가워 승객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자비로 커튼을 달았다. 버스에 방향제도 붙이고 화장지도 매달았으며 예쁜 휴지통도 설치했다. 요금함 옆에는 사탕바구니까지 있다.

이런 서비스를 하느라 다달이 20만원은 든다. 주위에서는 자기 차도 아닌데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지만 김씨는 “내 일터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내 일인데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실내장식보다 더 유명한 것은 그의 친절. 그는 타고 내리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할 뿐 아니라, 마이크로 날씨나 생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에게는 인기 연예인의 사진을 선물로 주고, 단골승객인 상록정보고 등 5개 학교의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학생들에게 노래를 시켜 음반을 상품으로 주기도 한다.

그는 이미 안산시에서는 유명인이다. 길에서 알아 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일 뿐 아니라, 일부러 그의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2통씩은 감사의 편지나 팬레터를 받는다. `호동이 아저씨''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의 남다른 친절은 버스운전을 시작한 97년 말부터 소문이 났다. 처음에는 같은 회사의 마을버스를 운전했는데 추운 날씨에 오래 기다리는 승객들이 안쓰러워 버스의 운행시간표를 복사해서 승객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랬더니 운행 구간이 겹치는 시내버스 승객은 줄고 마을버스 승객은 늘었다. 그 덕에 2대이던 마을버스가 7개월만에 5대로 늘어났다. “안산에 중국인들이 많아 중국인 승객들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는 김씨는 “겨울용 커튼을 주문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안산=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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