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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외국인 강사들의 ‘함께하는 파티’ ,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2-20
댓글
0
조회수
480
지난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 있는 은평천사원. 장애아 110명 등 170여명이 모여 사는 이 곳에 외국인 3명이 100만원을 들고 찾아왔다. 성금의 액수보다 이방인의 발걸음이 소중한 것 같았다.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마이 네임 이즈 권용태”라며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걸자, 이들이 서로 번갈아 악수를 나누고 부산을 떨면서 금세 어색한 순간이 깨졌다. 멀찌감치 떨어져 신기한 듯 이방인들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낯선 외국인의 품에 안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방문자는 시사영어사의 영어강사 키스 파넬(32·영국)씨, 앤디 하우스(25·미국)씨와 한국계 줄리 최(여·30·영국)씨. 올해로 세 번째 찾는다는 줄리 최씨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한국생활 5년째인 파넬씨는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자선재단에 기부하는데 한국인들은 특별한 때에만 성금을 낸다”고 말했고, 하우스씨도 “연말에만 생색내기용으로 기부할 것이 아니라 월별·분기별로 정기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시사영어사의 외국인 강사들이 ‘은평천사원’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부터. 올해로 8년째 이어지는 행사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외국인 강사 400여명은 지난 11월 초 월급에서 떼내 6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여기에 한국인 강사들(600여명)이 400만원을 보탰고, 회사측도 1000만원을 내놓아 모두 20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들은 은평천사원을 비롯해, 경북 성노원(대구)·천성아동재활원(부산) 등 전국 8개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내·외국인 강사 800여명이 지난 11월 말 소년소녀가장들과 함께 서울 한남동에서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강사들은 추수감사절 기간 ‘그들만의 파티’를 열었지만 올해부터 이웃돕기 행사로 대신한 것이다. 오히려 작년보다 참석률이 높아지는 등 호응도 좋았다. 강사들은 이날 행사에서 소년소녀가장 10명에게 생활보조비 100만원 등 300만원을 각각 전달했고, 앞으로 매년 추수감사절 기간에 어려운 이웃들과 파티를 갖기로 약속했다. 당시 모임을 주도했던 로브 로스(30·캐나다)씨는 “기억에 남을 진정한 추수감사절 파티였다”라고 말했다.

시사영어사 민선식 사장은 “평소엔 인색할 정도로 돈을 아끼는 외국인 강사들이 이웃돕기나 자원봉사에는 머뭇거리지 않는다”라고 한 뒤 “문화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기홍기자 darma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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