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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청소년 범죄, 사랑으로 때려잡는다,1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2-28
댓글
0
조회수
1077
<서울 종암경찰서 소년계장 이진인 경위>



미련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한다고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누구나 인정한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고.


서울 종암경찰서 소년계장 이진인 경위(53). 험악한 인상 속에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경찰생활 30년. 지칠 때가 되었는데도 청소년들을 향한 그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 반성문>구속영장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다. 그만큼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한번의 실수. 주위의 따가운 시선. 부모마저도 ‘가문의 망신’이라며 질책한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다음 범죄는 실수가 아닌 고의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네겐 부모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다’는 걸 깨우쳐주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한다. 재범을 저지를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행하기는 힘들다. 특히 업무량 많은 경찰들에겐.


이경위는 구속영장보다 솔직함이 담긴 반성문 한장이 청소년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구속시켜서 혼쭐나게 만들어야지”. 처음엔 이런 반응이었지만, 그의 굳은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종암서 소년계로 잡혀온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부모를 부른다. 죄과가 크지 않으면 훈방이 원칙. 풀어주기 전에 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게 한다. 집에 돌아가서는 부모에게 꼭 가족회의를 열라고 지시한다. 가족 모두 반성하라는 의미에서다. 성인범죄와 다르게 청소년범죄는 가족도 책임이 크기 때문.


3개월 동안 매일 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 부모에게 꼭 큰절을 하라고 시킨다. 다시는 두 손을 범죄에 쓰지 않겠다는 맹세와 함께. 저녁에 집에 오면 반성문 한장을 꼭 쓰고, 부모의 사인을 받게 한다. 또 하교길에 경찰서에 들러 이경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책상 위에 아이들이 제출한 반성문이 하도 많이 쌓이자 아예 노트를 사줬다.


아침에 큰절을 했는지 일일이 전화를 해 확인하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귀찮게 왜 그러느냐”고 한다. 그만큼 꼼꼼히 챙긴다. 청소년범죄 대부분이 가정문제에서 발단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위가 부모와 직접 접촉을 하는 이유도 그렇다. 부모도 반성을 하라는 뜻.


“한번은 2급 공무원 아들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잡혀들어왔어요. ‘내가 직급은 낮지만, 아이를 맡고 있는 경찰로서 말하겠다’고 했지요. 따끔하게 혼내줬습니다. 당신이 출세는 했지만 자식농사는 실패한 사람이라고. 가정이 중요하지 출세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아이를 돌보라고요. 당신은 2급 공무원이기 전에 전과자의 부모라고요. 눈물을 흘리면서 아무말도 못하더군요”


* 가정=학교=사회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면 가정, 학교,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비행청소년들은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먼저 가정의 역할. 아이를 학교 보내고, 과외시키고, 옷 입히는 것은 부모의 기본의무.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출청소년들을 집에 돌려보낼 때 ‘그 지옥같은 곳으로 가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말할 때가 많아요. 가정을 따뜻한 온돌방처럼 만들어야죠”


둘째, 학교의 역할. 경찰이 아무리 선도하려고 해도 학교에서 징계를 내리면 재범의 확률이 높아진다. “3개월 후면 졸업할 중3 학생이 조그만 물건을 훔쳤습니다. 학교에서는 가차없이 퇴학을 시키더군요. 결국 다시 남의 물건에 손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측도 처벌보다는 용서와 선도 위주로 학생을 대해야 합니다”. 이경위는 인근 학교 학생주임들과 자주 만나 이 점을 강조한다. 교사도 부모의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셋째, 사회의 역할. “자기 자식이라면 술을 팔거나 접대부로 고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어른들은 과실이 아닌 고의로 봐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잡혀오면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도 다 하는데 자기만 걸렸다는 거죠”. 또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규제와 조항들이 약화돼 문제가 많아졌다고.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는 결과만 낳았다는 얘기.


* 노력=결실
이경위에게는 휴일이 없다. 소년계 안은 주말에도 아이들로 가득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일요일에 경찰서로 반성의 기미가 없는 아이들을 부른다. 직접 운전해 아이들을 교회로 나른다. 아이들이 많을 때는 몇번 왕복할 때도 있다. 이경위의 노력 덕택인지 관내 청소년 범죄율과 재범률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직속상관인 황성찬 방범과장은 말한다.


“종암서 소년계장은 한때 노른자위 자리로 여겨졌었지요.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난 2월 이계장이 온 뒤로는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승진욕도, 물욕도 없는 분이에요. 그보다도 이계장이 훌륭한 것은 식지 않는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닐까요?”


-[취재수첩]어느 청소년의 반성문…
“못난 불효자탓에 늙어지신 부모님"


글을 올리기 전에 먼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의 호기를 누르지 못해 부모님 얼굴에 먹칠한 불효자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오늘 아침도 다시는 나쁜 짓을 않겠다고 절로써 맹세를 드렸습니다. 전에는 백옥같이 하얗던 부모님 피부였는데…. 제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 지금은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얼굴이 되신 부모님. 아들 하나 있는 거 안 굶기시려고 그 고운 손이 다 부르트고 굳은살이 박이신 부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로 그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할 수 없지만 보다 성실하고 착하게 살면서 그 죄를 서서히 씻을게요. 이제 맹세하겠습니다. 첫째, 남의 것을 탐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부모님께 효도하겠습니다. 셋째, 회사가 끝나면 딴 데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오겠습니다. 넷째, 돈을 아껴 쓰겠습니다.


위의 4가지 맹세, 사나이 이름 석자 걸고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못난 불효자 용서해주세요.


/권오경기자 realb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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