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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부엌…욕실…꿈만 같아요"

작성자
이**
작성일
2001-01-30
댓글
0
조회수
597
“이제는 우리 식구만 쓸 수 있는 부엌 겸 욕실도 생겼어요. 다 여러분 덕택이에요.”

28일 정오 경기도 동두천시 낡은 슬레이트 집 작은 방에서 조촐한 집들이가 열렸다. 집 주인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영미(17·가명)양. 몸이 불편한 할머니(70)와 단둘이 살고 있는 이른바 소녀가장이다. 기억도 안날 정도로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초등학교 4학년이던 93년 아버지까지 가출해 8년째 집안 살림을 떠맡고 있다.

특별한 수입 없이 할머니와 쪽방 살림을 하던 김양이었지만 지난 12일 평소 소원대로 작지만 번듯한 욕실이 딸린 방으로 이사를 왔다.

김양이 이 집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참빛’이라는 봉사모임 회원들. 동두천시에 사는 일반인 및 중·고·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지난 94년 만들어진 후 이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 노인을 꾸준히 도와 오고 있다.

특히 김양은 이 모임에서 돕기 시작한 첫 번째 소녀가장. 참빛의 초대 회장이었던 백두원(29·강남대 사회복지과 대학원생)씨가 이웃들로부터 김양의 소식을 듣고 고교동창 2명과 함께 김양 집을 찾게 된 게 참빛의 출발점이 됐다.

“처음 영미 집을 방문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할머니와 단둘이 월세 2만원에 1평 반 크기의 방을 하나 얻어 살고 있더라구요. 방안에는 가구가 없어 옷가지와 이불을 방구석에 쌓아 놓은 채….”

자신도 홀어머니와 넉넉치 않게 살아가던 백씨는 우선 친구들을 모아 참빛을 결성한 후 기타 하나 달랑 멘 채 거리로 나섰다. 시끄럽다며 단속하는 경찰과 사이비 종교단체로 의심하는 시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참빛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이면 온종일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모금활동을 해나갔다.

참빛 회원들은 작년 12월 일일찻집을 열어, 거기서 얻은 수익금에 그간 모금한 돈을 합쳐 부엌 겸 욕실이 딸린 700만원짜리 전셋방을 얻어줄 수 있었다.

지금은 평회원으로 활동하는 백씨는 “도움을 받은 소년소녀 가장들이 이웃돕기 활동에 동참할 때가 가장 신이 난다”며 “영미도 거리 모금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골수’ 참빛회원이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 한재현기자 rooki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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