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menu-icon
mobile-menu-icon
close
close

미담 공유

"얼어터진 보일러 전화만 주세요.",1

작성자
이**
작성일
2001-02-13
댓글
0
조회수
562
서울 중구 신당동 보일러 설비업체 「동양 건축」의 김진근(54) 사장은 올 겨울 유난히 바쁘다. 십수년 만의 혹한에 얼어터진 혼자 사는 노인들의 보일러를 무료수리 해주러 다니느라 본업이 지장을 받을 정도다.

지난달 23일에는 새벽1시에 중구 남학동의 한 할아버지가 덜덜 떠는 목소리로 『보일러가 망가져 추워죽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3년 전 교체한 가스 보일러의 물주머니가 동파된 모양이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김 사장은 오토바이에 장비를 챙겨 싣고 달려갔다. 보일러가 실외에 있어 어는 손을 녹여가며 일하느라 수리는 아침 6시가 돼서야 끝났다.

『돈, 돈 하며 살아봐야 얼마나 더 벌겠어요. 남들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셈 치지요.』

김씨의 보일러 자원봉사는 지난 96년 처음 시작됐다. 독거 노인들의 거처를 돌봐주던 중구청 자원봉사대가 보일러 기술자를 물색하다 찾은 이가 당시 한국 열관리사 시공협회 중구지회 총무였던 김씨였다.

2년여 자원봉사를 하다가 98년부터는 아예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가스 보일러, 파이프, 물주머니 등 부품을 구입할 때도 여분을 둬 더 구입하고, 자기 휴대폰 번호를 독거노인들에게 돌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치거나 새로 해준 설비가 모두 250여건.

『언젠가는 한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나도 보일러 좀 해줘!」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솔직히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현장에 갔더니 하반신이 없는 노인이 2평도 안되는 단칸 냉방에 혼자 살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11세 때 전북 고창에서 혼자 상경한 김씨는 젊었을 적 국수집 배달, 공사장 막일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 지금도 『아내와 남매에게 호의호식 못시켜 줘 미안할 뿐』이라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부자』라는 게 그의 자랑이다. 아들(24)은 명문대를 나와 방산업체에 다니고 있고, 딸(22)은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조금씩 나누면서 사니 마음도 편하고 일도 더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재기자 sjkoo@chosun.com

첨부파일
비밀번호 입력
본인확인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입력
본인확인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