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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사랑의 빵'' 나눠 드실래요?;

작성자
기**
작성일
2001-02-28
댓글
0
조회수
592
서울 여의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조옥희씨(51)는 ‘빵아줌마’로 이름이 높다. 여의도 일대의 빵가게 위치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집을 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남는 빵’ ‘버려질 빵’을 더 많이 거둬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려면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선 일을 마치는 오후 8시30분이면 여의도역으로 간다. 역부근에 지난해 8월 개업한 ‘밀젠’이란 빵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보따리 4개를 쌀 만큼 빵을 많이 얻었을 땐 그의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 날엔 화곡동, 중곡동의 소년소녀가장들은 물론 상도동 산꼭대기에 위치한 보육원에도 갈 수 있다. 아이들은 ‘오늘도 빵아줌마가 올까?’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릴 터. 엄마를 만난 듯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어요. 내 자식뿐 아니라 남의 자식들도 돌봐줘야 하는 게 엄마라고 불리는 이들의 진정한 사명이라고 생각했죠”

조씨가 보육원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됐다. 17년전 인천 학익동에 있는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5살짜리 소녀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이 첫 인연. 하지만 사랑을 나누기도 전에 아이가 보육원을 떠났다. 미안한 마음에 시간나는 대로 떡을 해 놀러가기도 하고 미용실 식구들을 동원해 보자기와 가위를 들고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다.

“한번은 6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일을 마치고 보육원을 나서는데 몇몇 아이들이 눈빛으로 내게 애원하고 있더군요. 아줌마 나도 좀 데려가주세요, 하고요. 못본 척하고 돌아나오는데 죄책감으로 마음이 아렸어요”

아이들을 돌봐줘야겠다고 처음 맘먹었던 것도 그놈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가 30살때 외롭게 살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에 9남매를 길러내야 했던 홀어머니와 가장 늦게까지 남아 함께 살았던 막내딸은 병든 당신을 두고 훌쩍 시집을 가버린 것이 못내 죄스러웠다. “그때는 그게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믿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며 울먹이는 조옥희씨는 어머니에게 되돌려드리지 못한 그 사랑을 버려진 아이들에게 갚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그가 ‘사랑의 빵’을 배달해주고 있는 곳은 경기 일산과 김포를 포함해 모두 열다섯 집. 신문에 소개되는 소년소녀가장들을 일일이 스크랩해두었다가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다. 속상한 건 제과점들이 선뜻 빵을 나눠주지 않을 때다. 어차피 버려야 할 빵을 왜 그렇게 아까워할까. 우리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한 생명을 살려낼 수도 있다고 믿는 그는 “그날 팔지 못한 빵을 다음날 눈속임해서 팔지 말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시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김윤덕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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