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한 인문계 특성화학교인 이곳에서는 부활절 주간이면 매우 색다른 의식이 치러진다. 학교 뒷산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는 ‘세족식(洗足式)’ 행사를 갖는 것. 전교생 286명과 교사 22명 등 ‘학교 식구’가 모두 참여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두 번째.
“기성세대에겐 그 옛날 선생님들이 베풀어 주신 사랑이 도시락의 온기처럼 따스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지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면서 체온을 통해 바로 그 사랑을 전해 보자는 게 세족식의 취지입니다.”
정송남(鄭松南·46)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발을 내미는 것조차 쑥스러워 하지만 세족식이 끝나고 나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사이가 유별난 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생님 댁을 ‘가정방문’한다.
서호필(徐豪筆·37) 교사는 이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홍역’을 치른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무턱대고 찾아오는 바람에 집에 음식이 남아나질 않는다. 집이 학교와 가까워 하룻밤을 묵고 가는 학생들과 함께 출근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사제지간의 정은 해마다 두 차례 떠나는 테마여행을 통해 더욱 끈끈해진다. 1학년 신입생의 경우 5월 말에 3박4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
학생회장 박정범군(19·3년)은 “지리산을 오르다 보면 발이 부르터 고생하는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며 “물집이 심해 걷지 못하는 학생을 업고 지리산을 종주하는 선생님을 보고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