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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꿈 '' 서빙'' 새장서 나온 일곱 파랑새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6-05
댓글
0
조회수
843
2주 전, 고양시 벽제동 용미리 고개에는 아담한 카페가 하나 생겼다. 유리문을 열고 밤색나무 바닥을 따라 들어서면 단정한 옷차림의 종업원들이 “안녕하십니까”라며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2~3급의 정신지체를 앓는 장애인들이다.


‘카페 소울’에서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21세에서 36세까지 7명의 장애인들이 교대로 카페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서빙을 한다. 설거지와 계산도 이들의 몫. 어눌하지만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다. 김세영씨(33)와 윤충환씨(21)는 안내를, 박주현씨(22)는 박소희씨(26)와 함께 서빙을 담당한다. 황병철씨(36)와 최희진씨(30)는 주방에서 일한다. 느리지만 셈이 가능한 조효숙씨(27)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담당한다. 스파게티와 음료 등은 전문요리사가 맡았다.


가톨릭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에서 운영·관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소울’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사회통합훈련과 자활을 위해 마련된 공간. 대부분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가족의 보호 아래 집에서만 생활하거나 기껏해야 공장에서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기획됐다. 비교적 정도가 덜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면접과 사회성, 인성 테스트를 실시해 7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1년2개월에 걸쳐 전문강사로부터 대인관계기술과 직무훈련 및 서비스훈련 등을 받아왔다. 운영진은 앞으로도 ‘소울’을 통해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장애인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카페 영업을 총괄하는 매니저 이경임씨는 경력 7년의 사회복지사로 10년전 수녀회에서 카페를 기획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틈날 때마다 이들에게 서비스의 기본을 가르치며 손동작과 옷매무새까지도 꼼꼼히 점검한다. 이경임씨는 “일반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존하는 법을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장애는 창피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은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특별하게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지켜 봐주기를 바랄 뿐이에요”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은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나 장애인단체와 관련을 맺고 있는 이들. 처음 문을 열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는 이경임씨는 ‘생각보다 분위기도 깔끔하고 맛이 좋다’는 평가가 많아 마음을 놓았다. 적극적으로 일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좋다는 반응도 많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교육받고 일해서인지 팀워크가 좋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무표정했던 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소희씨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단다. 충환씨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렇게 어려운 점이 없다”며 앞으로 카페 지배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부모들 역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카페에 와서 의젓하게 안내를 하고 주문을 받는 것을 보고는 안심하게 됐다. ‘소울’은 앞으로 한 달에 한번씩 아카펠라 공연도 열 계획이다. (031)962-2332


/윤민용기자 artemi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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