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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학생들 글자 읽고 좋아할땐 힘 솟아요"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6-07
댓글
0
조회수
1248


김덕모(56·전남 해남군 해남읍·오른쪽)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해남군장애인복지관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문을 연 `새빛교실''에 회원으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 돼 1999년 10월부터 20개월째 점자 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점자를 알면 조금 덜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점자 교실을 제안한 것이지요.”

스물 한 살 때 시력을 잃고 점자를 익혔던 김씨는 동료들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농촌의 시각장애인들은 고령이고 중도에 실명한 경우가 많아 `점자문맹''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군내 240명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유일하게 점자를 아는 박정심(56·여·왼쪽)씨와 강사로 나서기로 했다.

“평생 모르고도 살아왔는데, 힘들여 배울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바꾸기가 힘들었어요.”

처음엔 선뜻 점자를 배우겠다는 `학생''이 없었다. 김씨의 설득으로 7~8명이 점자교실에 등록했고, 두 달에 한번 열던 모임도 매주 수요일로 정기강좌로 바꾸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수송문제는 해병전우회와 목포시 시각장애인 심부름센터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중도 실명자들은 손끝 신경이 둔해 점자를 배우는 속도가 더디지만, 그래도 이젠 재미를 붙였어요.”

시각장애인들은 뒤늦게 깨친 점자로 자신의 이름을 더듬어 읽고 신기해한다. 김씨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를 점자로 찍어 본 뒤 “맞느냐”고 묻는 이웃들의 들뜬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점자수업이 끝난 뒤엔 노래교실을 진행하고, 두달에 한번씩 바깥 나들이를 합니다.”

20여년 전 독학으로 기타를 익힌 김씨는 학생들이 지루해하면 `뽕짝''(트로트)을 연주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복지관이 혼자걷기와 전화걸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곁들여 점자 수강생도 2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해남군 시각장애인협회 회장일을 맡은 그의 꿈은 고향에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편하게 모일 수 있는 배움터를 세우는 것이다.

“기쁨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는 김씨는 “조그마한 땅뙈기를 일구면서도 궂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아내(49)가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며 환하게 웃었다. 해남/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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