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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아름다운 이웃>장애인 후원금모금 서울∼속초 도보횡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6-11
댓글
0
조회수
1009

서울지하철공사 군자기지에서 궤도 시설물을 유지, 관리하는 직원 유병태(34)씨. 그는 96년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에 충실하지만 ‘다람쥐 체바퀴 도는 듯한’일상이 지겨울 때가 많은, 평범한 가장이다. 유씨가 여름휴가를 이용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지난 97년. 직장의 동료 몇사람과 함께 서울에서 속초까지 도보로 3일만에 횡단했다. 98년 여름에도 같은 시도를 해서 성공했다.

밤에 잠자지 않고 휴게소에서 잠시 눈붙이며 230여㎞를 걷는 일은 극한의 정신력을 요구했지만, 99년 한 해 쉬고나니 일상이 시드럽게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에 세번째 시도한 서울~속초 도보횡단. 유씨는 개인의 극기훈련을 뛰어넘는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주 ‘라파엘의 집’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98년부터 성당의 봉사단원으로 매달 찾던 라파엘의 집은 시각 장애인으로서 중복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돌보고 있는 복지기관입니다. 도보횡단을 저희 회사와 성당 소식지에 알리고 그 분들을 돕기 위한 후원금을 모았지요. 회사 동료들이 뜻밖에 큰 호응을 해 주더군요. 당시 사장님께선 일부러 불러 격려해주셨어요.”

‘10원 이상’의 정성으로 모인 후원금이 249만여원. 도보횡단을 마치고 장애인들을 위한 목욕 봉사를 갔을 때 전달식을 가졌다.

올해 제4회 도보횡단은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로 예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열 사람이 신청을 했는데, 그 중에는 여성도 있다.

“신청은 전화(02―439―3511, 011―9777―7754)나 메일(siin727@chollian.net)을 통해 받고 있습니다. 횡단 일주일전에 모임을 가지고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해 최종 참가자를 결정하지요.”

그는 후원자의 명단을 적은 공책을 세상의 무엇보다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 공책엔 ‘1000원짜리 정성’이 빽빽이 기록돼 있었다. 도보횡단대회 후원자 명단은 ‘라파엘의 집’에 후원금을 전달할 때 함께 건네지며 성당 게시판에도 부착된다. (10원이상 후원금: 국민은행 본점 001-01-2518-769 나눔사랑)

“짧은 시간에 긴 거리를 걷는 횡단이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는 등 고통이 심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체력보다 정신력이지요. 저는 3일의 고통도 이렇게 힘든데 평생을 장애인으로 사는 이들의 아픔은 어떨까를 생각합니다.”

유씨는 야간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만학도이자 시집을 3권이나 낸 시인. 그의 시어들은 숱이 성긴 그의 상고머리만큼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편이지만 , ‘작고 아픈 것들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오롯이 배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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