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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돌볼 영혼이 있어 행복한 ‘처녀엄마’

작성자
살**
작성일
2002-05-03
댓글
0
조회수
1910
-牛汀 선행상 ‘해피홈’ 박서희씨-


산이 좋은 사람은 산이 거기 있어서 산에 가듯 아이들을 좋아하는 박서희씨(32)는 아이들이 거기 있어서 ‘해피홈’에 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2동에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사무장.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고 옷을 입히며 친자식처럼 돌보는 그녀는 30대 초반의 ‘처녀 엄마’다.


주택가 상가건물 3, 4층에 마련된 ‘해피홈’의 살림을 맡고 있는 박사무장은 바빠서 토요일 오전밖에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지난 주말 만난 그는 나이보다 훨씬 더 세상을 많이 산 듯한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주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러나 기자에게 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상처는 한번으로 족합니다.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두번 버림받게 하는 건 죄악이지요”. 그는 이런 신념으로 10년째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는 데 헌신, 지난달 24일 코오롱 오운문화재단의 우정(牛汀) 선행상을 받았다.


‘해피홈’은 세살배기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부모 없는 아이 또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60여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해맑은 웃음을 간직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1987년 한국사랑밭회 회장 권태일 목사와 홍현송 사모에 의해 설립된 해피홈은 박씨와 8명의 보육교사가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로 일하고 있다. 15개 방은 밝은 색상의 벽지로 깨끗하게 꾸며놓아 여느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다. 후원자들 도움으로 붙박이장도 설치돼 있고 TV와 피아노도 있다. ‘잠시 불행했던’ 아이들에게 정말 행복한 보금자리란 느낌을 주는 곳. 박서희 사무장과 보육교사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손을 바쁘게 놀렸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출입문 앞에는 ‘언제봐도 기분 좋은 사람이 되자’란 표어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그만큼 마음의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박씨는 21살이던 91년 간이 좋지 않아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집에서 요양하다 한 여성지에 소개된 해피홈 기사를 보고 이 시설에 무작정 찾아왔다. “몸이 허약해 봉사활동도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어요. 성격도 밝지 않았고 신앙심도 없었지요”. 그런 그가 후원자로 가입하고 자원봉사자로 서너번 들러 아이들을 돌봐주다 그냥 눌러앉아버리게 되었다.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그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집에서 반대가 심했지요.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자랐거든요. 결혼도 안한 딸이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겠다니 기가 막힐 것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동안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설득했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주십니다”. 가끔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에 가면 친 손자손녀를 대하듯 따뜻하게 감싸주는 부모님이 지금은 그저 고맙기만 하다. 고향집에서 결혼도 안한 아가씨한테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 부모님은 난감해 했다. 아이들이 그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따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박씨는 이에 개의치 않고 아예 세살 때부터 돌봐왔던 한 아이를 입양해 호적에 올렸다. 스스로 미혼모가 돼버린 것이다.10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는 벌써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그녀는 해피홈 아이들은 모두 의젓하고 착하다고 자랑했다. 정말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몸이 좀 아프다”고 말하면 어느새 살며시 다가와 허리를 주무르는 훈이(7·가명), 설거지를 도와주겠다며 까치발을 하고 팔을 걷어붙이는 솔이(5·가명). 이렇게 작은 것에서 감동도 받지만 “한편으로 울 때도 많았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엄마는 가출하고 아빠는 술주정으로 매일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차라리 회초리로나 맞으면 그렇게까지 서럽진 않을 텐데 맨손으로 아무대나 닥치는 대로 맞은 아이를 볼 때 그렇다. 그뿐인가.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가 농약을 먹고 자살한 뒤 버려진 아이, 아빠가 교도소에 들어가 갈 곳 없어진 아이, 버림받은 상처로 자다가도 몇번씩 깨어 우는 아이들. 이들은 박씨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한다. 적어도 한쪽은 부모가 살아 있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 이들의 상처를 그는 날마다 어루만진다.


사단법인이 아니어서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는데, 밤새 열린 문사이로 라면이며 쌀을 두고 가는 이름 없는 착한 사람들이 있어 박사무장은 행복하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도록 ‘고층’에서 마당이 있는 곳으로 이사가면 좋겠고 차도 한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가정 안에서의 삶은 사회에서의 삶을 결정한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가정의 따스함과 울타리를 다시 갖게 해주는 ‘해피홈’. 천사 같은 박서희씨가 있어 이 집의 훈이, 솔이들은 늘 ‘해피’하다.


<김윤숙기자 y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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