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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담장 허물면‘도시가 공원으로’ ,1p

작성자
쪠**
작성일
2002-05-30
댓글
0
조회수
2135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한수구씨-


‘담장을 허물면 마음까지 열린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몇몇 관공서의 상징 사업 차원에서 이제 모든 관공서의 당연한 사업으로, 그리고 관공서를 넘어 일반 주택으로까지 확산되어야 할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저항’이 거세다. 담장 허물기를 시민운동으로 펼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생각을 일찍이 깨우쳐 6년째 헌신적으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을 둔 대구는 그래서 행복한 도시다.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사무차장 한수구씨(47·대구시 자치행정과 6급). 담장 허물기 붐을 조성, 도시환경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찬사를 듣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열정으로 대구의 관공서와 주택가 담장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철거된 담장 터에는 잔디와 나무가 들어선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차장이 담장허물기 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당시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발족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 사무차장을 맡으면서 이 매력적인 운동에 눈을 떴다. 그는 지역의 조경학회에 참석, 담장을 허물고 녹지공간으로 바뀐 외국사례를 듣고 본격적인 시민운동으로 불을 지펴 나갔다. 대구시도 녹지공간 확충을 위해 고심하고 있었던 시기라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밑천인 친화력을 바탕으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이를 범시민 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갔다. 그러나 초기에는 주민들의 비협조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사생활 침해와 도둑이 끓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초기 2년까지만 해도 동참하는 곳이 서구청과 경북대병원 등 7개 공공기관에 불과했다.


이래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그는 담장 철거에 따른 시비 지원(3백만원) 제도를 도입하고 허물기 전·후의 달라진 경관을 보여주는 사진전을 열면서 분위기를 뛰워 나갔다. 또 담장을 허문 집에도 수차례 찾아가 지원사항을 꼼꼼하게 수렴하는 철저한 사후관리도 했다. 98년부터 드디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196곳에서 9,900m의 담장이 헐렸다. 담장이 남긴 터 13만㎡ 는 가로공원으로 조성됐다.


이제는 참여계층도 행정기관 89개를 비롯해 주택 36개, 교회·성당 13개, 학교 17개, 병원 6개로 번지고 있다. 나아가 건물을 지을 때 ‘담장 안하기 운동’으로 발전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와 NGO 관계자 1,200여명이 ‘벤치마킹(bench marking)’ 하러 올 정도가 됐다. 말이 패션의 도시이지 여름도 되기 전에 푹푹 찌는 분지의 답답한 대도시로 공장만 많은 곳이 산뜻하게 변신한 것이다. 그래서 한씨와 그의 뜻에 따른 공무원, 시민들이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이루고 있는가를 알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담장 하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것을 허물면 삭막한 도시가 인정이 넘치는 활기찬 도시로 바뀝니다. 더불어 사는 재미와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거지요”


일반 주택의 경우 담장을 허문 집에 도둑이 든 적이 한번도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담장을 허물면 모든 게 노출돼 도둑이 얼씬거리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말하자면 옛날 시골의 정겹고 서로 믿는 그런 삶터로 바뀔 수 있는 게 담장허물기 운동의 중요한 문화적 의미라는 것이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에서 도시행정을 전공하는 한차장은 지난해 대구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환경대상을 수상, NGO로부터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제 담장허물기운동의 전도사로 수시로 강사로 초청될 만큼 유명세를 치르는 시민운동가가 됐다.


술·담배를 못하고 성격도 다소 내성적이지만 논리정연한 이론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 나가는 사람. 민원인들의 하소연이라면 몇시간이라도 정성껏 들어주는 타고난 공무원이다.


그는 지금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담장을 허문 주택에서 이웃간의 정을 나누며 소박하게 지낼 날을 고대하고 있다. 대구의 모든 관공서와 주택이 담장을 없애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원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 그의 꿈이다.


〈대구/박태우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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