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노래하는 사회주의자’ 또는 ‘기독문화운동가’로 부르지만 홍순관(40)씨 자신은 “그냥 가수일 뿐”이라고 겸손해한다. 가수일 뿐이라지만, ‘양심수 김경환 석방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7월24일 서울 덕수궁 옆 성공회대성당, 02-749-9004)에서 연출, 진행, 출연의 1인3역을 맡았다. 행사 진행은 MC가 하는 것 아니던가? 김용택·도종환·안도현씨 등의 시인과 홍씨를 포함한 안치환·류형선씨 등 가수들이 모여 만든 시노래모임 ‘나팔꽃’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그를 좀더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측근들은 말한다. 그는 노래보다 말을 잘하고, 말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노래야 직업이니 그렇고, 말은 그의 오랜 무기다. 운전을 꼽는 것은 나팔꽃 지방공연 때마다 운전대를 놓지 않는 그의 바닥정신을 말한다. 방송진행과 무대미술, 각종 ‘돕기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정작 6년간 음반을 못 낸 어리석은 노래꾼.”
‘감옥 문을 열어라!’라는 제목답게 이번 공연은 지난 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류돼 감옥살이를 하는 김경환 전 <말> 기자를 위한 행사다.
“지금도 이렇게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는 이가 있다는 게 가슴 아픕니다. 김경환씨를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공연을 맡기 전부터 옥중 서한집 <비상을 꿈꾸는 새는 대지를 내려다본다>를 읽고 그의 사연을 알고 있었어요.”
연출까지 맡은 그는 감성어린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노래뿐 아니라 토크쇼 같은 순서도 있고, 슬라이드로 만든 영상물도 상영한다.
“<곰보약장수아저씨>라는 동화를 토대로 만든 영상물이 흥미로울 겁니다. 곰보약장수가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믿지 않던 사람들이 후에 그의 약으로 생명을 건지고, 거짓말을 일삼던 약장수의 약은 독약처럼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입니다. 김경환씨와 비슷하지 않나요? 타협하지 않았기에 불이익당하는 그가 미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바른 정신이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비유죠.”
이 공연에는 윤도현밴드, 이정열, 이지상, 자전거 탄 풍경, 김미영, 손현숙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