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하기엔 아직 쌀쌀한 날씨... 코흘리개 손 붙잡고 학교 운동장까지 바래다주는 홀엄마의 얼굴엔 ''언제 저렇게 컸지...''하는 뿌듯함이 스며드는 모양입니다. 3월... 모두에게 시작을 알리는 달입니다. 시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 당신도 그 중에 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종이를 사랑한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의 세계엔 종이만 존재할 뿐입니다. 종이와 함께 할 때 그 소년은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소년의 손에서 종이는 새가 되고 토끼가 되고 사슴이 되어 태어납니다. 하지만 빠지지 않는 것 하나! 그것들 모두는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 수 없는 것들에게 날개를 달아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꿈을 달아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던 날... 그 날 이후로 그 소년의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종이였습니다. 엄마와 누나, 그리고 소년을 등진 아버지... 더 이상 아버지란 이름을 잊기로 하면서, 세상에 대한 미움이 치솟을 때마다 그 소년은 종이를 접었습니다. 상상 속의 새...봉황... 소년이 제일 사랑하는 것입니다. 소년은 몇 번이고 접었습니다. 한 달이 걸리고 두 달이 걸리고, 때론 일 년이란 시간을 들여 새를 접었습니다.
10년이 훨씬 넘은 시간... 이제 소년의 방엔 소년이 접은 많은 종이모형들로 가득합니다. 시인은 글만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꾸는 자들은 모두가 시인입니다. 이제 소년은 종이시인이 되었습니다. 종이로 뭐든지 자신의 꿈을 나타낼 수 있는 시인말입니다.
종이시인... 이제 당신의 작품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용서를 만나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싶습니다. 날개가 있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때로는 그 날개를 달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걸 종이시인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 하나. 3월이 가져다준 저의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