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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사람 냄새 나는 생각7

작성자
닭**
작성일
2001-04-18
댓글
0
조회수
1878
푸줏간의 형제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실제 사람 사는 생활에서는 알게 모르게 차이가 나기 마련이죠.
''나만이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저 역시도 속물같은 인간인지라
살아오면서 그랬고, 아마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그 많은 사람들을 그들의 직업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연륜이 쌓이면 그리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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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이젠 국어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름이 되었네요.
요샛말로 정육점이죠.
동네 정육점하면 으레 뻘건 불빛이 있고, 부부가 함께 하고,
한 번씩 들러주는 아주머니들의 발길로 동네 이모저모 소식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명절이면 정육점 문턱은 찾아오는 이웃들의 발길로 더더욱
분주하기만 하죠.
하지만 요즘은 어때요?
구제역이다, 광우병이다 해서 소비자들도 고기 먹기를 꺼려하다보니
자연 정육점에도 손님이 없더라구요.
여름이면 횟집이 울상을 짓는가 보다 했더니
요즘엔 정육점이 울상이네요.
그런데 그런 불경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젊은 형제가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30대 초반의 형제는 처음부터 고기를 썰지는 않았다네요.
대학나와서 멀쩡하니 직장 잘 다니다가 이 길로 들어섰다죠!
비릿한 고기 냄새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을텐데,
젊은 형제가 참 대단한 뚝심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이유는 아버님이 하시던 일이기 때문에...
가업이 별거냐구 그냥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니까...
이 일 아니었으면 지금의 우리 형제 모습은 없던 거니까...

참으로 오랫만에 도심 한복판에서 행복한 형제를 보았습니다.
그들을 제 이웃으로 둔 것이 이리 행복할 줄이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점이지만,
이 정육점에서는 이들 형제만이 줄 수 있는
사람사는 이야기가 정으로 가득 했습니다.
형은 동생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아우는 형이 함께 있으니 늘 든든하고...
가족이 함께 하는 일만큼 든든한 건 없겠죠?
가끔 동생분은 자신의 행복한 모습이
형에게 좀 미안하다고 합니다.
형이 빨리 좋은 짝을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구요.
인연이 아니어서 헤어지고 지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형님의 모습이 가끔은 측은해 보일 때가 있다네요.
올해는 맘씨 고운 형수님을 맞았으면 하는 동생의 맘!
그런 맘을 알기에 동생 앞에서는 늘 웃을 수밖에 없는 형!

이곳에 오면 늘상 좋은 고기를 살 수 있기에
손님들도 굳이 그런 말을 하질 않는다죠.
알아서 주니까요.
가끔 동네 아주머니들이 형의 중매를 서는 걸 보면,
이웃들이 얼마나 그들을 믿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신림동에서 만난 우리 이웃의 모습.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백화점의 정육코너 모습은 아니지만,
이 형제는 참 여러가지로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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