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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어머니가 찾으신 웃음

작성자
이**
작성일
2001-09-09
댓글
0
조회수
1473
올해로 일흔 다섯이신 어머니는 농사일을 도우시는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한의원에 다니신다.
워낙 고생을 많이 하신 탓인지 지금은 채 사십킬로도 안되는 몸에다 허리까지 반은 굽으셨으니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정도다.
그래도 주말에 찾아뵐 때마다 편히 쉬시는 법이 없다.
농사일을 많이 하는 형님 내외를 따라서 모든 일을 조금이라도 거들고 계신다. 이제는 편히 쉬시라하면 오히려 야단을 치신다. 산목숨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간단한 한마디로 자식들의 염려를 되려 무안하게 하신다.
지난 일요일도 어머니는 고추를 따시면서 그동안 지냈던 일들을 주욱 말씀하셨다. 한의원에 가던날의 일이라 하셨다.
시내버스를 타고 한시간쯤 가셔서 한의원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타셨단다. 택시기사는 한의원앞에 내리실 때 어머니는 이천원을 내셨다. 늘 다니던 길이라 당연히 잔돈을 줄줄 알았는데 택시기사는 여기까지는 이천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냥 휙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일로 노인이라 무시당했다는 섭섭함으로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어딜 가더라도 절대로 그러지 말것이며, 노인을 볼 때 내부모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하셨다.
그로부터 며칠 후 어머니가 다시 한의원을 가셨다고 한다. 그때는 늘 택시를 타던 곳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니 썬그라스를 낀 기사가 얼른 내려서 문을 열어주더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짧은 거리임에도 어디가 편찮으시냐면서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로 말동무를 해주더란다. 한의원 앞에서 내릴 때엔 어머니가 내민 이천원을 다시 어머니의 손에 꼬옥 쥐어 주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받을 수 가 없다면서 그냥 출발했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미처 차 번호를 못외워서 그런데 다시 본다면 이 푸성귀를 있는대로 싸서 갖다 주고 싶다고 하셨다. 평소 어머니는 읍내에 있는 약국이나 제과점 등 단골 가게에는 직접 농사 지으신 푸성귀를 곧잘 날라다 주신다. 나눠주는게 아주 즐겁다고 하신다. 모두가 자식 같다면서...
퇴근 무렵 이웃집의 노부부가 김장배추에 물을 주려 연신 주전자에 나르는 것을 보고 집에서 부터 길다란 고무호스를 연결해 드렸다. 우리 어머니께 이천원을 꼬옥 쥐어준 따뜻한 택시기사분의 얼굴을 떠 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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