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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위 3부자…간 이식 19시간 - 아버지에게 자기 간 떼어 준 형제의 효심

작성자
운**
작성일
2004-01-19
댓글
0
조회수
2932
2004.1.18 (일) 18:17 조선일보

수술대위 3부자…간 이식 19시간 - 아버지에게 자기 간 떼어 준 형제의 효심

[조선일보 장준성, 신은진 기자]

소독 가운에 휠체어를 탄 아버지와 환자복을 입은 두 아들은 병동에서 9일 만에 만났다. 처음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5분이나 흘렀다. 마침내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아버지 김필연(50)씨가 마스크를 쓴 채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성일아… 강일아… 많이 아팠지?”


간경화로 쓰러진 아버지에게 두 아들은 함께 자신의 간(肝)을 떼주었다. 이들은 마취 상태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한 지 9일이 지난 18일 서울 아산병원의 ‘이식중환자 병동’에서 다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아들에게 아버지를 껴안는 것은 금지됐다. 수술 회복이 아직 더딘 상태라, 다른 사람이 접촉하거나 가까이 가면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아들 성일(22)씨와 강일(20)씨는 아버지 앞에서 일부러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들도 수술자국이 아물지 않아 웃거나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했다.



아버지 김씨가 갑자기 쓰러진 건 재작년 10월. 서울 성암여자정보산업고 교사로 25년째 근무하다 고열 증세로 쓰러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그는 간경화에다 간에 3㎝ 크기의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와 부인 모영숙(46)씨는 아들에게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집안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둘째아들(동국대2년)은 어머니 모르게 의료진과 친척들을 만나 아버지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아버지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간 이식 수술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해 말 둘째아들은 어머니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일부러 웃어보이면서 안색이 변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아버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수술도 잘될 거예요.”



하지만 상황은 순조롭지 않았다. 아버지의 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한 사람의 간만 이식하는 것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담당 의사의 의견 때문이었다. 이런 소식이 군에 복무 중인 큰아들에게 전해졌다. 그때까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던 성일씨는 동생 강일씨가 홀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동생을 보자마자 어깨를 툭 쳤다. “너만 효도하냐? 나도 효도 좀 하자.”



결국 이들 3부자는 지난 9일 오전 6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차례대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첫째아들의 간 350g, 둘째아들의 간 250g을 각각 아버지 김씨에게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이식 수술은 19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아산병원 일반외과의 김건국(36) 의사는 “아들들은 거의 완쾌됐고 아버지의 경우도 회복속도는 느리지만 수술은 성공적”이라며 “앞으로 15~20일쯤 더 지나면 아버지도 일반병실로 옮겨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가 두 아들의 눈을 차례로 바라보며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얘들아… 너희들이 나 때문에 고생하는구나… 미안하다.”



두 아들은 잠깐 마주보더니 “부모 자식 간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미안하다’라고 가르친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라며 “밖에 눈도 오고 하니까 빨리 회복하셔서 겨울산 구경이나 같이 가요”라고 했다. 이날 창 밖으로 함박눈이 쏟아졌다.

( 장준성기자 peace@chosun.com ) / ( 신은진기자 momof@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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