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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살면서 느끼면서 투고입니다

작성자
홍**
작성일
2002-09-26
댓글
0
조회수
2206

"너는 과연 내 친구냐, 아님 조카더냐?"

엊그제 고향의 죽마고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추석은 잘 보냈냐?"는 따위의 의례적인 안부 인사 뒤에 친구는 같은 죽마고우 중의 한 친구가 "드디어 오는 10월 12일에 장가를 가게됐다"며 그 날 꼭 고향으로 와서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해 주고 국수도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소식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럼~ 당연히 가야지! 내가 안 가면 누가 가냐?"라고 한껏 호기를 부리고는 전화를 끊고는 달력을 보노라니 10월 12일 그 날은 우리 부부가 결혼 21주년을 맞는 날과 중복되는 것이었다. 쏘아버린 화살처럼 빠른 것이 세월이라더니 우리부부가 결혼을 한지도 어언 21년째라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친구의 결혼소식을 알려 주었더니 아내 역시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나도 함께 축하 해 주러 가겠다"기에 한껏 고무된 나는 즉시로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너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헌데 곰곰이 따지고 보니 너는 나보다도 무려 21년이나 늦게 결혼을 하는 마당이니 만치 그렇다면 내 친구가 아니라 내 조카뻘이 되더구나, 그러니 앞으로 날 만나거든 친구라고 부르지 말고 ''아저씨''라고 불러야 도리가 아니겠니?"라고 약을 올렸다. 그러자 친구는 "네 말이 맞다"며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너무도 늦게 하는 결혼이긴 하지만 아무튼 사뭇 기대에 들떠있는지 기분 좋은 미소가 전화음성에서도 잔뜩 묻어 있었다.
끈끈한 추억의 점액질 속에 살붙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죽마고우인 그 친구는 마음 안의 풍경마저 맑은 녀석이며 또한 평소에도 의리 빼면 시체인데 짚신도 짝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하지만 그동안 불행하게도 그만 짝을 만나지 못했기에 불혹의 나이가 넘도록 장가를 못 간 ''오리지날 총각''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 피서철이 되면 대학생인 아들과 여고생 딸아이까지 좌우로 대동하고는 ''우리아이들이 이처럼 부쩍 컸다~!''는 일종의 자만감에서 기인한 한껏 거드름을 피우면서 고향에 찾아가면 그 친구는 그동안 비록 내색은 안 했지만 그 심란한 마음과 축 늘어진 어깨는 가히 불꺼진 연탄재보다도 더 쓸쓸해 보이곤 했던 것이었다. 좋은 만남은 풍성한 숲과 같다. 더군다나 그 만남의 대상이 지나가다 한 번 보고 지나칠 사람이 아닌. 평생을 동고동락을 해야만 할 배우자라면 그 만남의 의미는 가히 대단한 경지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조선 성종 때 성현이라는 사람이 이르기를 "하루의 근심은 아침에 마신 술이요, 1년의 근심은 발에 맞지 않는 가죽신이요, 일생의 근심은 성질 나쁜 아내(악처)와 만나는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부디 내 친구는 현모양처를 만나서 떵떵거리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아내의 얼굴이 동해바다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방긋 웃고 있으면 그 집안은 모든 일이 다 잘되는 ''가화만사성''을 이룰 수 있으며 또한 분위기 역시도 ''항상 쾌청함''은 부동의 진리일 것이다.
그래서 가정은 땅 위에 세워지지 않고 아내 손에 의해서 세워진다고 했던 것일게다.
가정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것은 바로 아내의 힘이며 슬기이다. A. 반다이크는 "가정은 대리석으로 된 방바닥과 금을 박아 넣은 벽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느 집이든지 사랑이 깃들고 우애가 손님이 되는 그런 집이 바로 행복한 가정이다"라고 정의했다. 친구야, 비록 나보다 21년이나 늦은 결혼이긴 하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가 내 살가운 친구이긴 하지만 결혼생활은 너보다도 내가 21년이나 앞서서 했으며 지금껏 역시도 그 결혼생활을 계속 영위하고 있는 선배(?)이니 만치 선배 된 입장으로서 내가 같잖은 조언 한 마디 하마.
가정의 단란함과 부부의 변함없는 사랑처럼 빛나는 기쁨은 다시 없는 법이란다. 그러하니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도록 하려무나. 웃기만 하면서 살아도 고작
백 년도 못 사는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란다.
다시 한 번 너의 만혼(晩婚)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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