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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옥수수 한 바구니

작성자
김**
작성일
2002-07-24
댓글
0
조회수
500
옥수수 한 바구니

2002년 7월 24일 !
오늘은 참 짓궂게 비가 많이 내렸다. 시간당 몇 십 mm가 내렸는지는 몰라도 경보가 내릴 정도의 많은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껌껌해지기까지 하니 참 궂은 날씨이다.
방학을 한지 며칠이 지나서 이제 조용한 학교가 익숙해지기도 하였지만, 우리 학교는 유난히 조용한 시골에 위치하여 학생들이 없는 시간은 완전히 절간 같은 고요 속에 묻히곤 한다. 이렇게 조용한 학교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혹시 어디에 비로 인한 피해가 나지는 않을까 싶어서 살그머니 학교 순시를 시작하였다.
2학년 교실에서 불빛이 보인다. 조용히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선생님이 두 아이를 데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을 하면서 가르치고 계신다. 난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를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께 히딩크의 정신을 유리 교육계에서도 받아 들여서 ①지연, 학연을 물리치듯 편애하지 말자 ② 누가 뭐래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듯 책무를 다하자 ③ 체력을 다져 체력전에서 이기듯 기초를 튼튼히 가르치자 ④ 위기에 승부수를 던지듯 용기를 배우자 ⑤ 선수를 껴안을 수 있듯 레포를 형성하자는 주장을 오마이뉴스와 지방신문에 기고하여 나누어 드리면서 부탁한바 있다.

그래서 오늘 학교 당직근무를 하시는 2학년 담임 이종희 선생님이 방학 동안인데도 약간 학습에 부진을 보인 아동을 불러 보충지도를 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들어가서 선생님께 감사도 드리고 아이들에게 격려도 해줄까 생각했지만, 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고 혹시 자존심이 상할까 봐서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서 돌아오고 말았다.
아이들은 오전에만 가르치고 과제를 주어 돌려보내고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직도 빗줄기가 그치지 않고 있어서 윤00라는 아이의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데릴러 갈 테니 오지 말고 학교에 있으라고 전해 달라는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켜 놓은 중국 음식이 거리가 멀어 10분 가까이 걸려 배달되었으므로, 불어터지기 전에 먹으려고 막 점심을 시작하려는데 아이 어머니가 도착하셨다는 전갈이 왔다. 담임 선생님은 젓가락을 놓고 아이 어머니께 당부를 하려고 나가더니, 보내고 들어오면서 옥수수 한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자기 집에서 농사 지은 것이라고 이걸 가지고 왔는데요. 가실 때 조금씩 나누어 가지고 가세요. 나는 집에서 심어먹으니까 필요없구요"
하시는 선생님의 표정에는 별 것 아닌 옥수수 한 바구나가 흐뭇한 기쁨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선생님은 댁에서 심어서 따먹으니까 별로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방학 동안에도 부진한 아이를 불러 지도해준 고마운 선생님께 가져온 그 작은 정성이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긴 것이기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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