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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노인들의 대화 c

작성자
강**
작성일
2002-10-17
댓글
0
조회수
512
저에겐 연세가 많으신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위로 아주버님이 한 분 계신데 아주버님 내외가 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지요.
오랜 병치레와 노인성 치매로 인해 어머님에 대해서 형님네 내외분이 무척이나 고생이 심하시답니다.
저희 부부는 형님내외 분께 항상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어머님댁에 가면 항상 어머니는 우리에게 죽어야 되는데 죽지 않고 살아서 미안하다고 말씀 하십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이제는 번번히 화를 내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지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당신은 얼마나 두렵고 미안한 마음이 크실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한답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야 말로 노인네가 벽에 x 칠한다는 그런 단계입니다.
손으로 x을 파서 화장실 벽에 묻히기도 하는 날엔 어린 조카들이 죽을려고 합니다.
그런 과정들이 형님에게는 얼마나 힘이들까.....
형님이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가끔씩 보이기도 할때면 어머님의 병이 길지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 때의 일 입니다.
어머님에겐 오랜 남자 동생분이 한 분 계십니다.
이북에서 월남해서 가게를 운영하실때 점원으로 계시던 분인데 어머님보다는 5살정도 아래 이신 분 입니다.
그 분 역시 10 여년 전 부터 치매로 고생하고 계시고요...

그 내외분이 명절 인사차 할머니와 함께 시댁을 방문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모습이 지난 설때 보다는 좋아 지셨고 할머니는 많이 수척해 보이셨습니다.
우리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어머니가 누워 계시는 방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형님과 그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은 노인들의 병간호가 얼마나 힘든지 서로 이야기 하며 서로의 힘든 부분을 위로 하기도 하고 넋두리를 풀고 있었습니다
서로 그 오랜 병구완으로 지쳐있음을 확인 하고 오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 할때 쯤 식사가 차려져서 식사 하시라고 방에 할아버지를 모시러 들어 갔는데 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 속삭이고 계셨습니다.
귀를 기울이고 두 분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두분은 서로 오래 살자고 하십니다.
내 몸이 최고라고 하십니다
"누이...제발 오래사시라요...."
"그래 ..너두 오래 살아야 돼...니 몸뚱아리는 니가 조심하라우야..."

그 순간 빨리 죽어야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과 오래살고 싶은 당신의 깊은 속마음.....

삶의 질이 뭘까요?
물론 삶의 질의 척도는 여러가지 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요?
죽을 때 까지 자식들에게나 남에게 당당하고 멋지게 살고 갈 수 있게 노인들의 질병과 삶의질을 생각하는 의료시설과 정책...사회보장제도들이 하루 빨리 만들어 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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