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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1000자 감동사연]절름발이가 된 성자,

작성자
살**
작성일
2000-09-28
댓글
0
조회수
1189
※ 아래 내용은 코오롱그룹내에서 지난 8월 시행한 [사내 1000자 감동사연 공모전]에 응모된 내용 중 우수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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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가을로 기억된다. 그때의 난 신앙인(천주교)으로 거듭나는 시기였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며 작은 보람에 따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평소 여느때와 같이 작은 부끄러움을 가지고 병원방문(일반적으로 신앙을 소개하고, 빠른 치유를 꾀하는 기도를 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병원을 방문하면, 같은 천주교인을 찾아, 그들에게 대화상대와 기도를 해주는 일로서 그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그날따라 전혀 교인이 아닌 젊은 환자에게 다가가게 되었다.
나이는 30후반 정도의 건장한 남자분이었는데, 다리에는 철심( 키크게 하는 신기술법이라고 매스컴에서 들은적 있는 ......일리자로프 라던가NULL)을 다리에 관통시킨 채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통상적으로 절단된 뼈 접합시술법으로 알고 있음)
3, 4명으로 구성된 우리를 쳐다보며 빙긋 웃는 미소에 ,짐짓 어색함을 숨기며 다가갔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이던가 매일 신심으로 다져지고,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는 기쁨으로
무장한 우리가 아니던가NULL...
스스로 마음을 다지며 서로들 인사를 나누었다.
장황하게 시작된 우리의 말들은 그를 즐겁게 하였던지 더욱 신이나 여러 가지 비유를 들며
치기어린 인생론을 들먹이며, 신앙이란 이런거다... 믿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는 등
때로는 협박조로, 때로는 조소어린 눈빛으로 대화를...아니 일방적인 설교만을 강요하였다.
한시간여 흐른 뒤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의 진지한 표정이 우리의 자신감을 더욱 불러일으키게 했으며, 신앙인이 아니면 모든 것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곁들이며... 우리의
얘기는 밤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
어느덧 돌아갈만한 시간이 되어 다음에 또 오겠노라는 말을 남긴채 일어나는 순간, 그분의
신상에 관한 얘기를 하나도 듣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예의상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아 그분의 입을 주시하며 왜 다쳤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분의 얘기는 이렇다.
여섯 살바기 딸 하나를 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트럭으로 운송업을 하며 근근히 일품
으로 살아가는 살림살이 였다.
그런데 어느날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는데 자신의 딸만한 어린아이가 무단 횡단을 하고
있는게 보여 주의를 주려 다가갔을 때, 화물트럭이 이미 자신의 다리를 넘어 뺑소니를
친 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를 살려냈다는 마음에 기뻐함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기는 평생 절름발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뺑소니 친 그 운전사가 밉지만, 앞으로 밉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자기의 일품을 벌지 못해 빚을 지고 살더라도 한 생명을 구했다는 마음에 즐겁다고 ...
서슴없이 말한다.

그분의 어깨 너머로는 눈시울 가득 고인 눈물이 아른거리는지 자꾸만 손등으로 훔치는
안식구이신 분이 보였다. 하지만 원망어린 모습이 아닌 당신의 남편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부끄러웠다.
마냥 시간에 쫓겨 산다는 핑계로 하기쉬운 봉사활동만을 선택하고, 자기 도취에 합리화
까지 서슴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부끄러울수 없었던 것이다.
남을 위해 행하는 희생의 가치는 양과 질로서 격이 정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을 누를수는 없었다.
신앙인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특권을 누릴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그분을 만나고 싶다.
이젠, 꾀죄죄한 옷에 땀에 쩔은 침대시트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데...
자꾸만 절름발이 성인의 모습이 시야에서 가려지지 않는다.
만약, 그분을 만난다면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만 있으면 신은 이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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