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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환경 지킹이''라 불리는 이은일 할아버지px,auto,

작성자
옥**
작성일
2000-11-29
댓글
0
조회수
700
오전 6시, 안산시 본오2동 약수터.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너덧개의 물통을 채우는 어르신이 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허름한 자전거에 약수통을 싣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 이 분을 따라가노라면 고개를 꺄우뚱하게 된다. 남의 집 대문앞에 약수통을 놓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은일 할아버지 (62세, 안산시 본오2동). 이씨의 하루는 바로 이 약수물 배달로 시작된다. 거동이 불편한 동네 어르신들게 드리기위해 매일 약수물을 긷는 것이다.

약수물 배달이 끝나면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쓸고 줍는 이씨의 모습에 ''환경 지킴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다. 이씨의 발길은 놀이터, 골목길, 야산 등 끝없이 이어진다.

동네 약수경로당 노인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가지. 지난 가을 경주여행. 여행지에서도 이씨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여관 주변의 쓰레기를 주웠다. 이 모습을 본 여관 종업원이 "관광객같으신데 여기서 왜 쓰레기를 주우시나요?"하고 여쭤보니 이씨는 "경주 사람들이 청소를 안하니 타지에서 온 내가 나서서 청소하는거 아니우?"하며 일침을 놓았다고 한다.

동네를 돌며 가전제품이나 목제품, 옷가지 등을 챙기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이씨의 작업. 그의 자전거에는 언제나 드라이버 등이 들어있는 공구셋트가 함께 한다. 어디서든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부품별로 분류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개소한 약수 경로당 쉼터를 차지하고 있는 책상이며 의자, 옷걸이, 침구류 등도 거리에 버려졌다가 이씨의 꼼꼼한 손질을 거친 뒤 새주인을 맞이한 것들이다.

요즘은 쓰레기 분리수거제가 실시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이은일 할아버지는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녹색, 노란색, 파란색 등 쓰레기 분류함이 집집마다 배포돼 있지만 아직도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발견할 때가 많은데 길을 가다가도 그런 곳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정리한다고. 그러다보니 그 집 주인이 나와 남의 집앞에서 뭐하는 거냐고 말싸움이 난 적도 여러번이란다.

"나라에서 비싼 돈 들여서 쓰레기 봉투를 만들고 분리수거함을 만들면 뭐합니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것을 지키는 것은 우리 시민들인데. 세금만 낭비되는 것이지."

얼마전 생활정보지를 보다가 시흥시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모아놓은 재활용품을 내놓으니 15톤 트럭으로 세대분이었다. 이렇게 집안 가득 주워온 물건들을 들이다보니 부인 (윤중호 61세)과 다투기도 여러해.

"계단이고 부엌이고 목욕탕이고 발디딜 틈이 없어요. 옥상에다가 창고까지 만들어놨다니까요. 세탁기에다가도 주워온 옷들을 쑤셔넣어 두는데 모르고 세탁하다가 물들고 한것이 한두번이 아니구요. 하도 지겨워서 이혼까지 생각한 적도 있어요."

요즘엔 부인의 마음을 헤아린 이씨가 주워온 물건들을 경로당이며 이곳 저곳으로 분산 보관하는 요령을 터득해 마찰이 적어졌다고 한다.

늙은이가 집에 앉아있으면 심심하니까 소일거리 삼아 하는 것뿐이라고 겸손해하는 이은일 할어버지는 그 어떤 환경 보호 켐페인보다도 더 큰 울림을 주는 안산시 본오 2동의 진정한 환경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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