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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자신은 보통사람이라 하지만...

작성자
닭**
작성일
2000-12-20
댓글
0
조회수
555
딱 한 번 그 분을 뵈었네요.
그리고 이렇게 자신있게 이 분을 천사라고 부릅니다.
상처받은 어린 친구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는 분!
이 분을 뵙고 온 날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이 글로 그 분의 선행이 어떤 것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다음-캠페인-살맛세상에서 제 글을 보신 분이 계실지도...
하지만 착한 분들은 널리 알려도 좋을 듯 싶어서 이렇게 또
여기와서 알려드립니다.

최현수님을 소개합니다.
............................................................

"상처는 한 번으로도 족합니다"
한빛청소년센터 길거리상담소 최연수 소장

누군가 그랬다. 산이 좋아 산에 산다고. 산이 거기 있어서 산에 오른다고.
송파구 마천동 140-30번지, 그 곳에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최연수 소장이 그 곳에 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야학선생으로, 복지관의 청소년지도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자연스레 아이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 하지만 보통 아이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빈자리를 찾아내고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선 사람. 그리고 그들이 언제고 찾아들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 최연수(38) 씨.
학교에는 늘 모범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등이 있는가 하면 꼴등이 있고, 국어를 잘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체육을 잘 하는 친구가 있고, 칭찬을 받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늘상 학생과를 드나드는 친구들이 있다. 학교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여 졸업장을 받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중퇴라는 것으로 인해 개근상은커녕 졸업장조차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뒷면에 어둠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삐딱함만이 어른들 눈에 거슬릴 뿐이다.
엄마는 가출하고 아빠는 술 주정으로 매일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차라리 회초리로나 맞으면 그렇게까지 서럽진 않을텐데, 맨손으로 아무대나 닥치는 대로 맞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놀이터 한 켠에서 본드를 하고 가스를 들이마시고, 용돈을 벌기 위해 험한 일까지 하고…. 법적으로 고아인 아이들이나 모자가정, 소년소녀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은 그나마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최 소장은 말한다. 엄연히 부모가 있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들이 중학교 중퇴일 경우에는 변변한 일자리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갈 데가 없어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죠. 아이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다면 좋겠다구요. 한참 크는 아이들은 밝은 것보다 어두운 곳으로 모여들죠. 그리고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어하구요. 처음에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같이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그렇게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문은 항상 열어두었죠."
최 소장의 진심을 알아차렸는지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을 나와 밤에 잠잘 곳이 없고, 배고픈 아이들이 찾아들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부자리를 제공해주고, 끼니를 챙겨주고 하다보니 아이들도 최 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저 사람도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 요즘 세상에 공짜로 재워주고 밥 해주는 사람이 어딨냐? 부모도 포기하고 선생도 우리를 포기했는데 저 사람이 우리가 뭐가 예쁘다고 댓가 없이 이런 일을 하겠냐?"하는 불신의 눈으로 자기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 오래 머무는 아이들은 없었다. 며칠 머물다가 나가곤 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또 다시 찾아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최 소장은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억지의 대화가 아니라 그들의 요즘 관심거리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그런 최 소장을 ''우리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 곳, 소외된 아이들은 이곳이 왜 있는지를 알고 있다.
"새벽에 가끔씩 전화벨이 울릴 때가 있어요. 받으면 경찰서죠. 아이들이 사고를 쳐서 제게 연락이 오는 거죠. 마땅히 집에 연락할 사람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저를 찾는가 봐요. 하지만 그래도 전 그게 고마운 걸요. 그 아이들 마음 속에 제가 들어가 있다는 거니까요."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지금은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또래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이젠 부러운 것이다. 최 소장은 몇몇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복학이 가능한 친구들은 복학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또래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학교의 치부가 되는 이런 학생들 자료가 공개될까 쉬쉬하고 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학교라면 그 학생들이 올바른 시선을 갖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텐데. 최 소장은 학교에서 그런 도움을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달려가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도 우리 아이들에게 ''넌 끝났다''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 누구라도 이 아이들과 같은 상황이 오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히려 제대로 성장하는 게 이상한 거죠.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교에서 버림받고, 또 사회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 아이들. 상처는 한 번으로도 족한 거 아닙니까?"
가출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선뜻 돌아가지 못할 때는 대신 전화를 걸어주기도 하고,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최대한 그 아이들이 배움을 늦추지 않도록 발벗고 나서는 최 소장. 고등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은 조금만 지나면 성인이 되니까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중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선배들이 간 길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세상 온갖 나쁜 일을 그대로 겪게 되는 것이 대부분. 그 과정에서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아이들의 시선은 비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장기간의 시간을 요한다.
한 때는 이곳을 드나들던 아이들이 지금은 일반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군복무 중 가끔 연락을 해 오기도 하고,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 특차로 진학하기도 하고, 춤을 좋아하던 아이들은 백댄서가 되기도 하고….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에 최 소장은 흐뭇할 뿐이다.
사단법인이 아닌 관계로 정부의 지원금은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밤새 열린 문 사이로 라면이며 쌀이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시나브로 두고 가는 이름 없는 착한 사람들이 있어 최 소장은 행복하다. 그리고 가끔 피자를 보내주시는 분이 있는데, 최 소장은 아이들과 함께 이것을 들고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다. 장애인들과 같이 먹고 그들과 부대끼면서 아이들에게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이곳 아이들과 축구경기를 하러 오는 분들도 이들에겐 반가운 손님들이다. 얼마 전에는 봉사자 몇 분과 김장을 담궈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최 소장에겐 지금 두 가지 소망이 있다. 하나는 대안중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대안학교라는 것이 요즘 생기는데, 주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여서 중학생들이 갈 만한 곳이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생긴 소망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곳에 있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머물 방이 마련되는 것이다. 지하실 방이라도 좋으니 이곳 아이들이 맘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작은 방만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소망이라 해서 당연히 개인적인 소망이 아닐까 했는데,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소망은 아이들의 소망과 같은 것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이들 모습만 보는 근시안적인 안목보다는 아이들의 속을 읽고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해주는, 미래를 생각해주는 원시안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 최연수 씨.
아이들이 해 준 밥과, 최연수 씨가 끓여주는 라면을 곁들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 답례를 뭘로 해 줄 수 있을까?
연락처 02)40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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