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 종합사회복지관 내에는 무료 한글교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곳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던 분들이 모여 한글을 배우는 곳입니다. 40대에서 60대가 대부분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분의 할머니가 계십니다. 깨끗하게 빗어 넘긴 하얀 쪽진 머리에,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따라 읽고 쓰는 수연이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주 2회 수업으로 그날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다음 시간에는 받아쓰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수연이할머니께서는 결석을 잘 하지는 않지만, 결석을 하더라도 꼭 다른 사람을 통해 숙제를 받아갈 만큼 열의가 대단합니다.
배움에는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올해 79세인 수연이할머니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는 것입니다. "나이든 이 사람 때문에 우리선생님이 힘이 들어 언제나 죄송할 뿐이지요." 그러면서도 힘이 다 할 때까지 배울거라는 수연이할머니의 말씀에 배움은 역시, 끝이 없다는 말이 다시 한번 되새겨 지며 할머니를 통해 새삼 용기가 나는 건 무엇인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담당 선생님과의 특별한 할머니만의 인사법이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 "할머니 안녕∼" 인사를 주고 받으며 돌아서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배움이 주는 할머니의 환한 미소는 세상 어느 미소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