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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어느 앉은뱅이 아저씨...

작성자
세**
작성일
2002-06-29
댓글
0
조회수
1075
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제가 그 아저씨를 처음 뵌 것은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하교길의 피곤함을

전혀 뿌리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그곳 지하철 역 귀퉁이엔

언젠가 부터 앉은뱅이 아저씨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피곤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왠지 모르게 그날 따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머니를 열심히 뒤져 500원 짜리 동전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 먹고 남은 500원 이었는데

저는 빵 2개와 우유 1개로

1500원이란 돈을 쓰고도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던 끝에 지갑을 열어 천원짜리 2장을 꺼냈습니다.

아저씨의 때 묻은 바구니 속에는 동전 몇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지폐2장을 바구니 속에 넣었습니다.

아저씨는 제 얼굴도 보지 않고

그저 ''감사합니다'' 라는 말만 하셨습니다.

학생인데... 하고 생각하며

가슴 한 켠이 찡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죄송하던 마음...

반찬으로 투정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를 도왔다는 사실에

더욱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아저씨가 앉아 계셨던 자리를 보고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부탁해 2000원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저씨께 오늘은 말을 붙여볼까...하는 생각도 해 보며

즐겁게 학교로 향했습니다.

길기만 하던 수업 시간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하교길......

아저씨를 뵈러 피곤함도 잊은 채 지하철 역을 달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때묻은 바구니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다른 곳 어디에도 앉은뱅이 아저씨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였을까요?

저의 착한 일을 도우려 보내신 하나님의 천사였을까요..?

3개월이 지나간 지금도 저는 아저씨의 애처로운 손과

빛 바랜 바구니를 떠올립니다.

그때마다 가슴 깊이 무언가 젖어옵니다.

조금 더 주위에 신경쓰는 저였더라면......

아저씨를 더 도와드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해 봅니다.

다시...뵐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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