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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내 기억 속의 천사d

작성자
이**
작성일
2002-10-13
댓글
0
조회수
370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하고 여름방학이었을 것입니다.
외할머니를 따라 합천 해인사의 길상암에서 방학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제가 살아가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천사를 만났습니다.
외가쪽은 불교를 믿고 있었고 아빠보다는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저는 당연히 외가의 영향을 받아서 절에 다닙니다.
그래서 방학때도 거의가 사람이 없는 길상암에서 지낼 때가 많았는데 처음 그곳에서 본 그 천사는 첫 인상이 아주 무섭고 엄격해 보였습니다.
명진스님. 다들 그 천사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현재는 이 세상분이 아니기는 하지만 정말로 천사가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제 기억 속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그 분은 길상암에 계시면서 집이 없는 아이들을 거두셨습니다.
본래 절에서 아이들을 거두는 것이 희안한 일도 아니고 그런 아이들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님께서 거두신 아이들이 머리를 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남자아이들이었고 저보다도 더 나이가 많아서 머리를 깎았다고해도 동자승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한 그런 오빠들이었습니다.
이제는 희미하게 밖에 기억이 나질 않지만...
명진스님께서는 그 오빠들을 양자로 들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오빠들은 길상암에서 아무 부족함없이 지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명진스님께서는 첫 인상이 좀 엄격해보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님의 인자하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짧은 단편의 기억밖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오빠들은 길상암에서 지내는 것이, 명진스님을 모시는 것이 행복해보였습니다.
방학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명진스님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길상암을 떠났고 그 몇년간 길상암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몇년후에 명진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오빠들이 명진스님의 장례를 치뤄드렸을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났는데 문득 오빠들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외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길상암에 새로운 주지스님이 들어오시고 오빠들을 다 내쫓았다고 하셨습니다.
길상암에는 많은 보살님들이 오시지만 제정상으로는 어렵다는 이유로 내쫓은 것입니다.
그 때야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릴때는 그렇게 무섭게만 보이던 명진스님을 외할머니와 이모들이 좋은 분이라고 했었던 이유를..
길상암의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오빠들을 내치지않으셨던 명진스님...
그분은 제 기억속에서는 영원히 천사일 것입니다.



고 명진스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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