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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뇌성마비 조채숙씨 재택교육 맡은 이선희·김하경씨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01
댓글
0
조회수
460
김하경씨(36·경북 영천여중)와 이선희씨(50·경북 영천 금호초교)는 장애인교육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다.두 사람은 지난 주말 오랜만에 뇌성마비 장애인 조채숙씨(19·영천시 금호동)의 집에서 만났다.이 교사가 채숙씨의 초등학교 재택교육 과정을 끝내고 지난 3월 김 교사에게 중등과정 바통을 넘긴지 반년 여만의 일.채숙씨는 반가워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채숙씨는 두 교사를 ‘설리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읽은 채숙씨가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였던 ‘설리번’을 염두에 두고 붙인 별명이다.

“이 선생님이 워낙 꼼꼼하게 초등과정을 끝내주셔서 저는 큰 어려움 없이 가르칩니다.일주일에 8시간 정도 가르치는데 곧잘 곤란한 질문도 할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무엇보다 항상 밝아서 제가 기분이 좋아져요”

김 교사는 채숙씨가 재활훈련에 성공하게된 모든 공을 이 교사에 돌렸다.

“채숙씨가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긴 했는데 중등교육 후임자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 졸였어요.한데 중복지체부자유아 교육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젊은 교사가 맡겠다고 나서 얼마나 흐뭇했던지….이렇게 채숙씨가 성장해 나가는 걸 보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채숙씨는 미숙아로 태어나 두 살 때 처음으로 구르고 아홉 살이 되어서야 기어다닐 수 있었다.이 교사와는 97년 ‘중증장애인 재택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만나게 됐다.당시 대·소변 처리는 물론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중증장애인이었던 채숙씨는 처음에는 이씨를 향해 ‘적의’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압계를 사용해 발과 손의 감각을 되살리고 글쓰기 연습을 시켰어요.헬렌 켈러를 비롯해 장애인들의 성공담을 그린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보여주자 적의가 조금씩 풀리더군요”

채숙씨는 이후 얼굴이 환해져 이 교사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았다.숙제를 모두 마친 것은 물론이고 이씨를 위해 라면이나 김치전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채숙씨가 전에는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컴퓨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홈페이지 제작에 열심이지요.웹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하니까요.재활의 능력이 있는데도 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없어 장애의 정도가 더 심해지는 사람들이 없어져야 합니다.대학까지 진학시키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김 교사의 얘기다.

이제 채숙씨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벽면에 인기 연예인의 사진을 가득 붙여 놓았다.두 교사의 사랑이 없었다면 채숙씨의 밝은 표정은 보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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