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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소록도서 7년째 한센병환자 돌보는 주보나양px,auto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15
댓글
0
조회수
572
전남 고흥군에 사는 주보나(녹동고 2학년)양은 겨울 방학을 누구보다 기다린다. 인근 섬인 소록도에 가서 병원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보나가 소록도병원(0618440561)의 할아버지할머니 환자들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간호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놀러가서였다. 한센병(나병의 세계 공식 명칭)에 걸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이 뭉툭한 환자들을 보니 처음엔 몸이 오싹할 정도로 무섭고 싫었다.

그러나 그들이 대부분 가족이 없이 외롭게 살며, 평생 이 병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는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듣자 공포감 대신 슬픔이 밀려왔다. 어린 눈에도 병원의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게 보였으므로 방학 때마다 들러 조금씩 돕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제나 붕대를 접는 간단한 일을 했지만, 중3 때부터 병실에 들어가 대소변받아내기, 이불갈기, 식사먹여드리기, 이닦아주기, 목욕시키기 등 환자들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소록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현재 850여명)은 대부분 자활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다.

보나는 7년째인 병원에서의 봉사활동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처음엔 무섭게만 여겨졌던 할아버지할머니들과도 친해져서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치매가 겹쳐 정신병동에 있는 영자 언니(별명)와 세실리아 할머니는 오랫동안 못보면 혈육처럼 그리워하는 심정이 된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모두 천사예요. 조금만 도와드려도 꼭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지요. 뭉툭한 손을 모아 기도를 할 때 보면 얼마나 진실해 보이시는지.

전화인터뷰에서 보나는 병원 일이 힘들땐 어머니를 보며 견뎠다고 했다. 어머니는 입원실 팀장인데,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지만 환자를 직접 돌보고 싶다며 지금 일을 자청했다. 보나가 병원 일을 시작할 때 그런 일을 하기에 너무 어리다며 반대했던 아버지도 시간이 지나자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전기공사를 하는 아버지는 사업상 소록도를 20여년간 드나들었고, 거기의 환자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아시겠지만, 전엔 소록도 환자들 사는 게 형편없었어요. 지금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지요. 방학 때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일부 찾아오시는데, 숙소 같은 게 여의치 않아요. 올해 정부의 높은 분이 다녀가시고 나서야 자원봉사자의 집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보나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니 한센병에 걸려 절망했던 천형의 시인 한하운이 생각났다. 사람이 아니올시다/짐승이 아니올시다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잘못 돋아난 버섯이올시다. 시인은 이렇게 절규했었지만, 마침내 병을 극복하고, 제약회사 사장과 출판사 사장을 거쳐 만년엔 나환자복지 사업에 힘을 쏟았다. 그의 주변엔 보나처럼 헌신적인 이웃이 많았음에 틀림없다.

보나를 따라 병원에 놀러왔던 친구들도 환자들 곁에 오기를 꺼려하던 태도를 바꿔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보나는 고3이 되더라도 방학 때의 활동을 접지 않을 생각이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을 불러모을 계획도 세워두었다. 물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보나는 가톨릭계 대학의 간호학과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스스로 무지하게 까부는 성격이라고 밝힌 열여덟살의 보나가 끝으로 한 말은 어른들이 고개를 숙이고 귀기울일 만하다. 저도 아프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거예요. 건강할 때 열심히 베풀어야지요.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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