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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뇌성마비 보살피는 지체장애인 김만영씨 px,auto,au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15
댓글
0
조회수
588
한 지체장애인이 동갑내기 뇌성마비 장애인을 끔찍히 돌보며 험한 세상에 등대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세살 때부터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해 1급 장애판정을 받은 지체장애인 김만영(金萬永.40)씨. 그는 귀금속 세공기술을 익혀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비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금은방을 하고 있다. 집 근처에 선교원을 세워 지체장애인들에게 세공기술을 무료로 전수시켜 온 그는 금은방을 차리거나 공장에 취직시켜 준 장애인만 해도 9명에 이른다. 그가 뇌성마비 장애인 한승선(韓承善.40.여)씨를 만난 것은 4년 전의 일이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하면서 나이드신 아버지 손을 붙들고 세공기술을 배우러 왔다고 하는 데 고민이 되더군요. 안된다면 왈칵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아 ''보석감정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하자 그녀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질 수 없었어요."


이날은 한씨가 이 세상에 태어나 두번째 환희를 느낀 날이라고 한다. 남들에게 ''짐승''처럼 취급받는 게 싫어 30년 동안 대문밖 출입을 삼갔다는 한씨. 그러던 그녀에게 셋방살이 아줌마가 신앙을 가져 보라고 해서 집 근처인 사당동 S교회에 나가게 됐다. 수련회에 다녀와 청년회원들로부터 기행문을 의뢰받아 써낸 뒤 "당신은 작가적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소망과 환희에 찼었다.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장문보다는 ''3행시''를 지어온 그녀는 교회청년들과 이웃 사람의 이름을 넣어 200편이 넘는 3행시를 지어 보관해오다 김씨의 도움으로 시집을 내기도 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름 하나를 놓고 일주일도 꼬박 걸린다는 그녀의 3행시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기도 하고 인생을 인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받는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한다.


"승선 자매는 종이접기도 잘하지요. 자꾸 나다니다 보니 걸음도 많이 바로잡아졌어요. 얼마 전에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그녀를 신학교에 보냈죠. 교수님 얘기를 들으니 리포트를 시로 써냈는데 시 속에 조직신학이 다 담겨 있다고 칭찬하더군요."


김씨는 자신도 신학대학원 공부하랴 4자녀를 가르치느라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한학기에 25만원의 한씨 등록금을 대주고 있다. 장래 장애인 목회를 꿈꾸며 신학공부에 진력하느라 그는 선교회 운영도 잠시 접어두고 있는 상태. 그 바쁜 와중에도 김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소형승용차로 동료 장애인들의 요청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이들의 발이 되어주곤 한다.


"대부분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이 먼저 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산답니다.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죽은 목숨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지요. 승선이도 처음에는 그런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안해요."


장애인이 전체인구의 10%를 차지한다는 우리 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살순 없을까, 비장애인 9명이 장애인 1명을 돕고 살면 세상은 얼마나 더 밝아질까.'' 김씨의 덧없는 바람이다.


"장애인도 비굴하거나 숨죽어 살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에서 세공기술을 전수하게 됐다"는 김씨. "내가 시집을 내고, 종이접기를 하고, 보석의 진위를 가릴줄 알게 되다니, 만영 전도사는 내 생애 최고의 친구예요. 공중을 훨훨 나는 기분이에요"라고 떠듬떠듬 표현하는 한씨. 두 사람의 우정이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오른다. /정성수기자 hulk@sgt.co.kr


기사입력 시간 : 2000/11/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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