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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큰손보다 따스한 작은 손길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29
댓글
0
조회수
575
<방앗간주인-소녀가장-골프강사-직장인...베풀며 사는 사람들>



심현정(인천여상 2)양은 열일곱살 소녀가장. 여동생 현희(14)와 인천 연수동 12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둘이 산다. 음주벽이 심했던 아버지와 초등학교 2학년 때 헤어졌고, 어머니는 4년 전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현정이의 한달 생활비는 동사무소에서 주는 생활보조금 40만원. 아파트 임대료 2만6000원과 난방비 7만원, 쌀값 등을 빼면 두 자매가 생활하기에 빠듯하다. 그러나 현정이는 한달에 1만원씩을 결식아동을 위해 쓰고 있다. 작년 겨울, 세금을 내기 위해 농협에 들렀다가 ‘저지른 일’이다. 농협 사무실에 걸려있는 ‘결식아동 돕기 포스터’를 보자 배고파 울먹였던 몇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 자리에서 후원자 가입원서를 썼다. 그 때부터 현정이의 넉넉지 못한 통장에서 매달 1만원씩 빠져나갔다.
“저도 정부에서 보조받는 입장이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생활비 1만원만 덜 쓰면, 굶는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우리 주변에는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많다. 결식아동을 돕는 소녀가장, 동네 할아버지들에게 김장을 해주는 방앗간 아저씨, 끼니를 굶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는 아주머니….

서울 은평구의 한 골프연습장 강사인 박병준(34)씨에게는 이웃돕기 전용 예금통장이 하나 있다. 28일 현재 잔고는 270만원. 올해 초부터 한푼 두푼 모은 돈이다. 박씨는 이돈을 조만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통장은 97년 만들어졌다. 전남 해남에서 85년 상경, 골프연습장에서의 힘든 수련생활 끝에 골프강사의 자격을 따낸 해이기도 하다. 50만원에 불과했던 수입도 3~4배 뛰었다. ‘형편만 되면 남을 꼭 돕겠다’던 평소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바로 통장을 개설했다.

서울 봉천동에서 방앗간을 하는 김석배(55)씨와 부인 김연분(49)씨는 28일 구청광장에서 김장김치 500포기를 혼자사는 동네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부부가 9년 동안 해마다 거르지 않는 일이다. 김석배씨는 “부모님이 가난으로 고생만하고 일찍 돌아가셨다”며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이 남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2호선 한양대입구역의 매표소 앞 성금모금함에는 지난 7월부터 「두번 접은」 만원권 지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매달 말 집계되는 성금액 가운데 「두번 접은」 만원짜리가 차지하는 액수는 24만~26만원 정도. 모금함을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접은 솜씨나 형태가 한 사람 솜씨가 틀림없다』며 『금액으로 봐 누군가 매일 출퇴근 길에 빠뜨리지 않고 기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추측했다.

일터의 직장인들도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고 있다. 국민카드 금융관리실 직원 24명은 올 3월부터 매달 1만원씩 내 회사 근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송금하고 있다. SK텔레콤 직원 500여명은 매달 1만~10만원씩 내 500여만원을 만들어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PC통신 유니텔의 컴퓨터 동호회 ‘옹달샘’ 회원 100여명은 한달에 1~2차례 장애인, 가출청소년 보호시설로 자원봉사를 나간다. 이 모임 김기현(28·서울지하철 공사 근무)씨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보다 이들과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제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요즘, 얼어붙는 우리 사회를 녹이는 온기는 이들 보통 사람들의 땀과 체온에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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