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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엄마처럼 포근하게’지극한 제자 사랑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2-01
댓글
0
조회수
572
-인천 창영초등학교 ‘천사’선생님들-


인천 창영초등학교 4학년 종훈이(가명)는 요즘 저녁 밥을 거의 거르지 않는다. 엄마가 없을 때는 담임인 정신화 교사가 따뜻한 저녁 밥상을 차려주기 때문이다.


종훈이네는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다. 게다가 지난 여름부터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별거에 들어간 상태다. 점심이야 학교 급식으로 해결하지만 저녁은 어디서 먹을 곳이 없다. 종훈이는 2살 터울인 동생과 라면을 끓여 먹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주린 배를 물로 채우고는 밤 늦게까지 하릴없이 골목을 쏘다녔다.


지난 2학기초 종훈이의 무단결석으로 이같은 사정을 알게 된 정교사는 틈나는 대로 종훈이네 집을 방문해 부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방도 치우고 밀린 빨래도 하고 쌀을 사다가 밥도 지어준다. 식사 뒤에는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찌개까지 만들어 놓는다. 정교사는 “그나마 학기중에는 학교에서 점심이라도 먹을 수 있지만 방학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종훈이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같은 학교 5학년 정수(가명)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수업중에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마구 돌아다닌다. 그러다보니 정수는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다. 정수를 다루기가 정상아 30~40명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정수도 담임인 김현정 교사에게만은 고분고분하다. 지난해 정수를 맡았던 김교사는 올해 또 한번 정수의 담임을 자청했다. 골칫덩이인 정수를 맡겠다고 나선 것은 김교사가 처음이었다.


김교사는 “교사 생활이 좀 힘들겠지만 아이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잘 아는 사람이 담임을 맡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교사는 인천교대 95학번으로 올해 교단 2년차인 ‘햇병아리 교사’. 후배 교사의 솔선수범에 선배들은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고, 김교사 덕택에 정수도 예전보다 증세가 크게 호전됐다.


창영초등학교에는 이런 천사 선생님들이 많다. 가난한 동네에 학교가 자리잡고 있어 결식아동만 70명에 이르지만 교사들이 모두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핀 덕분에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권상일 교무부장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옷을 사 입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기독교 신자들로 구성된 교사 동아리 ‘일신회’ 소속 김동현, 김효진, 이혜경, 윤선영, 이은정 교사 등은 결식아동들의 식대를 2년째 대고 있다. 또 교장 이하 학교의 모든 교사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매달 1만원씩 돈을 모으고 있다.


김기욱 교감은 “밥 굶는 아이나 몸이 불편한 아이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를 가지고 미담 운운하니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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