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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美서 온 장애아들의 엄마 /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2-15
댓글
0
조회수
463
<재단 만들어 월 6000만원씩 지원...매달 하루씩 놀아주고
77년 이민해 사업성공...수억달러 재산가로>



96년 2월이었다. 재미교포 김정실(45)씨는 모국에 들렀다가 TV로 ‘소년가장’ 이야기를 시청했다. 부모가 세상을 뜨자 가장이 된 15세 소년이 동생 4명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찬 한 가지에 5남매가 모여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며 김씨는 가슴이 저려왔다.

미국이민 20여년. 어려웠던 시기를 거쳐 이제 잘 나가는 재미교포 1세로 자리잡고 있을 때였다. 남편과 함께 창고에서 시작한 통신사업이 성공을 거듭해 수억달러 재산가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어려운 이웃들 사정은 김씨가 이민 떠날 때인 77년에 비해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불우한 한국 어린이들을 돕자.’
김씨의 봉사 결심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 LA로 돌아간 김씨는 ‘정실 재단’을 만들었다. 그해부터 한국의 한 복지재단에 월 5만달러(약 60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한국을 찾은 김씨는 자신의 돈이 쓰여진다는 경기도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을 찾았다.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 하는 어린 장애아들을 본 김씨는 이들을 위해 ‘돈’뿐 아니라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98년 입국한 김씨는 테헤란로에 벤처 인큐베이팅회사와 벤처 캐피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매일 바쁜 날들이 계속 됐지만 김씨는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나갔다. 매주 하루(오전 9시~오후 4시)는 장애아들을 위한 시간이다.

수은주가 영하 10도로 뚝 떨어진 지난 12일 오전 경기 광주군 ‘한사랑 장애영아원’. 김씨가 영아원을 들어섰을 때 80여명의 아이들은 방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는 말을 하거나 알아듣지 못했다.

“진이야 오랜만이다.” “엄엄―”

뇌성마비와 시각·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진이(여·6)가 김씨 품에 안겼다. 지능이 떨어져 아직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진이는 몸짓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떠먹여 주고, 아이들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오후 3시 아이들 간식시간 때까지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4시가 돼 떠나려 하자 진이가 김씨 바지자락을 잡았다.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해요.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라….”

김씨와 전 남편은 84년 미국에서 통신망 장비업체 ‘파이버먹스’를 설립, 사업에 뛰어들었다. 조그맣게 시작한 사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NASA, FBI에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93년엔 인터넷 네트워크 교환장비 생산업체인 ‘자일랜’을 설립,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 96년 타임지 선정 초고속 성장기업 1위에 오른 ‘자일랜’은 99년 현금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프랑스 알카텔사에 매각됐다.

“미국에는 장애아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성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자신이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4학기에 재학 중인 김씨는 앞으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복지시설을 운영할 꿈을 갖고 있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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