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를 팔에 꽂고 있는 두살배기 미선이는 대답이 없었다. 엄마 품에 안겨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언니들이 손바닥을 간지럽히자 모처럼 미선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14일 오후 2시 한양대 병원 소아암 병동 7층 708호.호텔신라 여직원들로 구성된 한마음 사랑회원 10여명은 미선이를 위로했다. 부회장 서윤정(29)씨는 “크리스마스 때 보자고 약속했지만 혹시나 미선이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 ”고 말했다.
미선이는 올 초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곤 했다. 부모들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길 주저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지난달 21일 미선이는 고열과 발한 증세가 겹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의사들은 “방치하면 한 달도 못 산다 ”며 “치료기간을 예상할 수 없고 치료비도 2000만~1억원 가량 예상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미선이네는 보증금 180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 월세로 살고 있어 치료비는 커녕 입원비 마련도 힘든 상태다. 96년 이후 매달 백혈병 어린이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해온 한마음사랑회는 지난달 우연히 미선이 소식을 듣고 ‘미선이 살리기 ’에 발벗고 나섰다. 사내 이메일과 게시판을 통해 미선이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사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 1일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계기로 호텔로비에 영어와 일어로 ‘미선이를 돕자 ’는 포스터와 모금함을 설치, 내 ·외국인 투숙객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벌였다. 외국인들도 매일 수십명씩 모금함에 돈을 넣으며 미선이의 쾌유를 비는 카드에 서명하고 있다.
회원들은 “미선이에게 ‘생명 연장 ’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 ”고 약속했다. 호텔측은 내년 1월 초까지 모금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