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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제겐 어머님이 일곱분 계십니다

작성자
살**
작성일
2001-01-16
댓글
0
조회수
605
우체국 직원인 엄기호씨(43·제천 역전우체국)는 평생 불우이웃에게 봉사하며 사는 ‘삶’을 선택했다.


그에게는 부인 신난숙씨(41)와 두 딸 말고도 식구가 10명이나 더 있다. 오갈데 없고 거동도 못하는 할머니 7명과 척추 장애인 2명, 결손가정에서 자란 한 어린이가 그의 가족들이다.


엄씨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1999년 10월 사재와 은행 대출금을 포함, 1억5천만원을 들여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에 60여평 짜리 조립식 집을 지었다. 자신의 세레명을 따 ‘요한네 집’이라고 이름 붙인 이곳에서 그는 이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거나 목욕을 시켜주며 참봉사를 베풀고 있다.


엄씨가 ‘요한네 집’을 지은 것은 시설이 작을 수록 불우한 사람들에게 가족같은 사랑과 정을 듬뿍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살림방을 별채에 따로 두지 않고 이들과 함께 공동거실에서 식사하며 동거동락(同居同樂) 하고 있다.


엄씨의 봉사활동은 87년 우체국에 근무할 때부터 시작됐다. 집배원 동료 20여명과 함께 우편물 배달중에 혼자 사는 불우 노인에 들러 안부를 묻거나 휴일이면 집에 찾아가 목욕을 시켜주고 빨래는 물론 이들의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그에게 아내 신씨는 절대적 후원자다. 엄씨가 출근하면 요한네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신씨의 몫이다. 남편과 함께 성당에서 늘 봉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였지만 요한네 집을 짓기 전 1년반동안은 제천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봉사 실습’을 할 정도로 열성이다.


얼마전에는 6개월전에 구입한 봉고차를 몰고 시장보러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복, 차가 완파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엄씨는 “휴식 취할 시간이 없어 재충전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면서 “함께 생활하면서 봉사해 줄 젊은이가 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줄 알고 반대했던 주민들도 엄씨 부부의 선행을 알고부터 채소 등을 갖다 주며 호감을 보이고 있다.


엄씨는 자신의 봉급 월 1백50만원과 주변에서 보내 주는 후원금, 국민기초생활보장비,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요한네 집을 꾸려 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액수는 월 4백만원 가량 드는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해 엄씨의 은행 빚은 늘어만 가고 있다.


엄씨는 “풍요로우면 진정한 봉사를 못 펼칠 것 같아 주어진 여건에서 그저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제천/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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