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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그린맨·클린맨’ 무공해 선생님,1

작성자
이**
작성일
2001-02-22
댓글
0
조회수
622
-창원 명서중 김동수 교사-


창원 명서중 김동수 교사(46)는 점퍼 차림에 면장갑을 끼고 매일 아침 운동장과 교실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도 그는 학교에 나와 각 교실의 청소함을 정리했다. 쓰레받기가 5개 있는 교실, 밀걸레만 10개가 넘는 교실이 있는 반면 성한 빗자루 1개도 없는 교실이 있었다. 못질을 하고 철사를 감아 망가진 청소용구를 수리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해서 개학후에도 학급 청소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많지 않은 액수이지만 덕분에 학교 예산도 절약할 수 있었다.

이 학교 졸업생 허보람양(16)은 “김선생님은 움직이는 환경 교과서”라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폐품 재활용 등에도 앞장서면서 환경교육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요즘 학교 청소만큼 관심을 쏟는 업무가 있다. 바로 학교의 내적 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일이다. ‘클린맨’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 때문. 그는 학교의 경영 시스템을 투명하게 해 학부모의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복 및 졸업앨범 업체 선정, 제2종 교과서 채택 등이다. 그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학교의 독단으로 결정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교사들이 교권 추락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료교사들은 이런 그를 지난해 말 전교조 창원중등지회 지회장으로 추대했다. 그의 노력이 창원시 전역에 전파돼 교육개혁의 큰 물결을 주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명서중 박춘성 교장은 “관례화된 탓으로 학교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김교사가 잘 짚어주고 있다”며 “그 덕택에 학사 행정이 쇄신되고 교무실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3년 의령 신반중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교사였던 아버지와 누나들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교직 이외의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교사생활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좌절이 많았다.


전교조에 가입, 문제교사로 낙인찍혔던 지난 90년 ‘학생의 날’에는 반 아이들과 지리산 여행을 떠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또 93년 신반종고 재직 시절에는 사재를 털어 마련한 ‘책사랑’이라는 공부방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의식화하는 운동권 교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 졸업후에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면서 그는 교사의 양심적인 실천만큼 학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제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읽는다”며 “교사는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 부끄럼이 없어야 아이들 앞에 자신있게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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