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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동전 셀 때마다 사랑이 ''차곡차곡'',

작성자
이**
작성일
2001-05-11
댓글
0
조회수
787

"동전 셀때마다 사랑 쌓여"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사무실. 자원봉사자 6~7명이 항공사와 호텔 등지에서 전달된 테이블 위의 돈자루를 서둘러 열고 동전이 담긴 봉투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빙 둘러 앉아 봉투에서 각 나라의 동전과 지폐를 꺼내 나라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랑의 동전모으기’행사를 통해 모이는 동전을 분류하는 이들은 일종의 ‘동전감별사’들이다. 이 행사는 94년 유니세프가 시작해 전 세계의 항공사와 호텔 등에서 모인 동전을 아동보호기금으로 사용하는 자선행사. 우리나라는 아시아나 항공을 통해 승객들이 낸 동전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원화, 달러, 엔화 등이 주종을 이루지만 북한돈이나 아프리카 화폐, 금반지까지 전세계 60~70개국의 ‘금품’이 모이기 때문에 ‘척’봐서 어느나라 돈인지 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매주 화요일 모이는 봉사자중 이현락(27·경희대 4년)씨와 최성란(32·여)씨를 빼고는 모두 60대의 노년층이다. 이 가운데 94년부터 줄곧 일해온 원갑희(66)·김재순(64)할머니가 제일 오래된 ‘왕언니’이다. 이들은 남을 돕는다는 생각보다 ‘내가 더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서병희(65)할머니는 “인생정리할 나이인 나도 아직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미술강사인 최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틈을 활용해 일하고 있다. 최씨는 “각국의 돈 디자인이나 상징 등을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돈을 자꾸 세고 만지다 보니 손을 움직이게 돼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는 반응도 있다(최국자씨·60·여). 이 일을 총괄하는 유니세프의 조은희 대리는 아시아나항공 스튜어디스였을 당시 동전모으기 행사 캠페인에 참여한 인연으로 97년 유니세프에 뛰어들어 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분류한 돈은 달러로 환산해 모두 126만4922달러에 이른다. 동전으로만 매년 2억원이 넘는 돈이 모인 셈이다. 이들은 “티끌 모여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했다. 미국 동전은 미군부대내 은행에서 환전하고, 국내에서 환전이 어려운 다른 나라의 동전은 영국의 환전 전문회사 ‘트래블엑스’에 맡긴다. 상반기중 처음으로 트래블 엑스에 전달될 동전 무게만 무려 0.5t에 달한다.

“돈을 분류하다가 최근 원화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져도 이런 분들 덕에 유지되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들은 작은 동전이 모여 큰 사랑을 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 자체가 기쁨이라고 했다.

(최원석기자 yuwhan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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