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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의사부부의 아름다운 봉사/

작성자
임**
작성일
2001-05-11
댓글
0
조회수
939

"진빚 조금이라도 덜고싶어" 3년째 휴일없이 무료진료.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하이증성 찔링 마을. 리쯔(베트남 과일)나무가 우거진 가운데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은 200여명의 베트남 나환자들이 세상과 격리된 채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지난 6일 오후 2시, 이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불교사원 옆 공터에서 한국인 의사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이들을 위한 임시진료소를 열었다. 간이 진료테이블 앞에서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나환자 80여명이 차례를 기다렸고, 한국인 의사 2명의 진료는 물 마실 시간도 없이 이어졌다.

부부 의사인 신원혁(32)·이지현(34)씨는 나환자들의 입을 들여다보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닦아 줬으며,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어루만진 뒤 필요한 약을 처방했다. 지난 3월 말부터 이곳을 찾고 있는 신씨 부부는 “가슴 속에 늘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고 그것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보건소 근무로 군 복무를 대신하곤 하는 동료들과 달리, 신씨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협력 의사로 베트남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것은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인 이씨도 남편을 따라 국내 의사 취업을 미루고 99년 베트남에 왔다.

지난 99년 5월부터 베트남 중부지방인 쾅응아이성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신씨 부부는 작년 6월 하노이 시내로 옮겨 왔다. 새 일터인 ‘코리아 클리닉’에서 하루 70여명의 가난한 베트남 환자들과 씨름하면서도 그는 “휴일에도 개인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베트남 내의 여러 제약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올해 한인교회 의료봉사단이 발족하면서 봉사활동이 가능해졌다.

이날 진료가 시작되기 전 10여명의 한인 주부들은 전날 밤 정성들여 만든 50개의 선물꾸러미를 주민들에게 건넸다. 손수건과 과자, 사탕 등이 든 작은 꾸러미였지만, 베트남 정부로부터 10달러의 한달 생활비와 하루 1000동(약 100원)의 약값을 지원받는 나환자들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각 가정마다 50마리의 병아리를 사주기 위해, 지난 3월 말 한인교회 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 2000달러도 나환자촌 내 베트남 병원에 전달했다.

판 옌 뚜(47) 부원장은 “기부금만 내놓는 다른 국제단체들과는 달리 직접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 준 한국인들로부터 정감과 따뜻한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인교회 태원수(39) 목사는 “베트남 정부조차 ‘과거는 과거, 미래는 미래’라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한·베트남 관계를 다지는 심정으로 따뜻한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하노이 한인회’는 지난 3월 남딘성의 상이군인병원에 3000달러를 기탁해 14명의 환자들에게 수술기회를 줬고, 하노이 근처 다이딘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 암송아지 16마리와 암퇘지 15마리를 선물했다.

( 하노이=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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