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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내일의 주연'' 키우는 ''만년 조연''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5-11
댓글
0
조회수
815

달동네 청소년들 연기지도 탤런트 이상철


◆사진설명 : 자신이 7년간 키운 연기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탤런트 이상철.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용진 이성준 김민경 배지혜 이상철 조민희씨.
/전기병기자

“나는 최고의 배우가 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 난 최고의 배우를 기를 능력도 갖게 됐고, 그 꿈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게 어딥니까? ”

MBC TV 탤런트 18기로 들어와 올해로 연기 17년째인 이상철(40)이 소리소문 없이 계속하고 있는 ‘연극배우 꿈나무 기르기’가 울림을 안긴다. 배우로 클만한 조건과 끼를 타고 났으면서도 형편이 안돼 엄두도 못내던 달동네 청소년 10여명을 찾아내, 이상철이 직접 연기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 중 4명은 단국대학 연극영화과에까지 진학시켜 뒷바라지하고 있다. 이제 그 제자들을 출연시키고 자신이 연출하는 연극 ‘귀여운 장난-용감한 사형수’(11일~19일 대학로 열린극장)을 무료로 공연한다.

이상철. 그는 85년 박상원 이재룡 강문영 등과 함께 MBC 탤런트생활을 시작했지만 아직 이름 석자가 낯설다. 86년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서울여성을 사랑하는 시골 사진사 역으로 주연한적 있지만, 대부분 범인, 건달, 카센터 직원, 범인, 구두 미화원등의 배역을 도맡았다.

드라마 속에선 ‘주변’에 있기 일쑤였지만 지금 연희동 반지하 연립주택에 마련된 그의 합숙 공간에서 이상철은 배우 꿈나무 7명의 하늘같은 선생님으로 받들어진다. 결혼도 않고 혼자사는 이상철은 이 제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출연료등 수입을 모두 뒷바라지에 쏟는다. 이상철은 “내 젊은 시절 맺힌 한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방송국 PD눈에 띄어 ‘꽃동네 새동네’등 TV 드라마 엑스트라로 나온 것부터 따지면 28년째의 연기생활중 그는 누구에게도 이렇다할 지도나 지원을 못 받아본게 가장 서러웠다. 중2때 TV에서 그를 발견한 아버지는 “딴따라짓을 하려면 호적에서 이름을 빼 가라”며 일주일간 매를 드셨다. 고1때 ‘실화극장’에서 구두닦이로 남파된 북한 소년 간첩역으로 77년 방송대상 아역상까지 받았어도 아버님은 “하려면 너 혼자 힘으로 하라”고 했다. “젊은날 나를 누가 좀더 가르쳐줬더라면, 내 오늘이 더 나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 안타까움이 이상철로 하여금 연기 꿈나무들을 제 자식처럼 키우게 만들것 처럼 보인다.

그는 94년 무턱대고 연희동 동사무소를 찾아가 동장에게 “스타될 소질은 있고 돈은 없는 아이들좀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시발로 친구의 제자인 배지혜양(23)등을 만나 점차 꿈나무 식구들을 늘렸다. 암울하게 살던 아이들은 이상철로부터 화술에서 호흡 감정표현 동작등 연기를 배웠다. 연습장이 없어 한밤 고수부지, 길거리에서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1년이상 아무런 출연교섭이 없을 때도 있으니 이상철로서도 활동이 쉬울 리 없다. “어려울땐 대형 슈퍼마켓에 사정해서 팔고 남은 반찬을 얻어다 먹인 적도 있어요”

요즘엔 도움이 늘었다. 시인이기도 한 산업자원부 정화영 서기관은 호주머니를 털어 돕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배지혜를 포함 강용진 이성준 군등 4명이 진학했다.

그는 이번에 제자들과 꾸민 공연에 불우 장애인들을 초청한다. “자라면서 남의 도움은 받았어도 도와본적 없는 아이들이예요. 이들이 어려운 이웃앞에서 공연하게 되면, 배우로서 이난으로서 깨닫는게 많을 거예요.”.

그가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대해 주변에선 ‘혹 매니저가 되어보려는 거서 아니냐’는등의 오해도 한다. 그러나 이상철은 펄쩍뛴다. “집안 잘 만난 미남 미녀들만 좋은 뒷바라지 받으면서 스타가 되는게 아니라 인생의 쓴맛 단맛 다본 사람이 배우로 태어나게 만드는데 제 미력이나마 쏟겠어요.” 그는 말한다. “혹시 압니까. 저는 평생 조역이었지만 내가 키운 아이들중엔 중에 톱스타들이 나올지” (02)743-6474

(김명환기자 m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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