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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선생님들이 부모돼 "참교육" 일궜다,1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5-15
댓글
0
조회수
864

막다른곳 내몰린 아이들인 여기로…가정이뤄 ‘그룹홈’수업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들꽃피는 학교’를 졸업한 박미선(19)양은 스승의 날인 15일을 맞아 이 학교 양진희(여·30)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께 받은 만큼 어려운 아이들에게 베풀겠습니다.”

양씨가 미선이를 만난 것은 지난 98년. 미선이는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한 뒤 남동생(18)과 안산의 지하 단칸방에서 살던 소녀 가장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거웠던” 미선이가 찾은 곳은 ‘들꽃피는 학교’. 가정해체 등으로 막다른 곳에 내몰린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대안학교다.

‘들꽃피는 학교’는 교사들이 부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이뤄 생활하는 ‘그룹 홈’식 수업을 하는 학교다. 96년 설립된 이후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는 150여명. 모두가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지 않았거나, 거리 생활 등으로 한번도 학교에 다녀본 적 없는 학생들이었다.

98년 당시 성결대 기독교교육과 4학년이었던 양씨도 10만원짜리 월세방을 구해 미선이 등 여학생 2명과 함께 공동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와 함께 ‘편하게’ 살던 양씨가 이 학교 교사의 길을 택한 것은 “봉사 활동과 교사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데 끌려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씨와 미선이의 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20대의 나이에 두 딸을 갖게 된 ‘젊은 어머니’ 양씨에게 미선이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무슨 말에도 ‘몰라요’라고 차갑게 대답하던 미선이가 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양씨는 숱하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미선이는 일단 마음을 잡자 무섭게 공부에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월 안산대 비서학과에 합격, 이 학교 출신 첫 대학생이 됐다.

‘들꽃피는 학교’ 소속 교사는 14명. 대부분 전직 교사 또는 사회복지 전공 대학원생들이다. 매달 30만~40만원의 박봉으로 어렵게 생활을 꾸려가지만 “보람있는 참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6년여의 현직 교사 생활 경험이 있는 김경인(여·38)씨는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참된 스승의 길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유승권(27)씨는 “졸업한 아이들이 취직하거나 시험에 합격했다고 알려올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다”며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내가 아이들로부터 받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15일은 미선이가 ‘자립’한 후 처음맞는 스승의 날이다. 미선이는 이날 모교인 들꽃피는 학교를 찾아 양 선생님 등 교사들과 재학 중인 후배 45명과 작은 파티를 가질 계획이다.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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