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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失明'' 좌절딛고 시각장애 노인들 곁으로....px,a

작성자
임**
작성일
2001-05-28
댓글
0
조회수
749
루디아의 집’ 서천석 원장


33년간 100여명에 ‘희망의 빛’…점자번역사 교육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루디아의 집’은 시각장애 할머니 11명이 모여사는 곳이다.

루디아의 집이 문을 연 것은 지난 89년. 의지할 곳 없는 시각장애 노인들을 위해 맹인 안마사들로 구성된 ‘루디아회’가 15년여 동안 모금한 돈으로 마련된 보금자리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이곳에 사는 할머니들은 웬만한 것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손명숙(60)씨는 “2층 내려가는 계단이 17칸, 1층 내려가는 계단이 15칸, 문을 나서 70걸음 가서 모퉁이 돌아 190걸음 가면 수퍼마켓이 나온다”고 했다. 1주일에 서너 번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할머니들은 인근 성내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루디아의 집’을 세상에 만들어낸 주인공은 본인도 시각장애인인 서천석(63) 원장이다. 서씨는 숙명여대 4학년이던 지난 60년 눈이 침침해지면서 시력이 급속히 나빠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졸업 후 고교 국어교사로 2년 가량 근무했고, 62년 아나운서 공채 2기로 MBC에 입사한 서씨는 어느날 “생방송을 하는데 원고가 군데군데 잉크자국이 번진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진단 결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다 결국 실명하게 되는 만성 포도막염과 베체트라는 희귀병으로 판명됐다. 그는 결국 1년여 만에 방송생활을 포기했다.

“꿈을 꿔도 죽는 꿈만 계속 꿨다”고 할 만큼 절망에 빠졌던 서씨는 만 서른이 된 68년 신학대학에 진학하면서 “어차피 장애인으로 살아갈 운명이라면 더 눈이 나빠지기 전에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이후 그는 시각장애인 선교와 복지 증진의 대모처럼 헌신했다. 그의 노력으로 개안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한 사람만 100여명. 시력을 찾을 수 없는 중증 시각장애인에게는 의안과 안경을 만들어줬고, 점자번역사 과정을 개설해 점자번역사 200여명을 배출했다.

교정시력 0.1 정도로 희미하게나마 세상을 보던 서씨는 99년 가을 완전 실명했다. “그래도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앞을 볼 수 있었던 나는 복받은 사람”이라는 서씨는 루디아의 집에서 똑같이 앞을 볼 수 없는 할머니들과 평온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혹시 다시 앞을 볼 수 있다면 “장애 노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고 편히 쉬며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싶다”고 했다.

( 나지홍기자 will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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