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전 9시께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들머리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 뇌성마비장애인 등이 힘든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날 산행은 인터넷 등산동호회인 `산사랑''과 서울시립 북부장애인복지관이 함께 마련한 `1회 곰배림배 등반대회'였다.
더운 날씨 탓에 산사랑 회원들과 장애인들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오랜만에 등산길에 오른 즐거움에 이들은 산행길 내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뚝다리, 깔딱고개 능선 등을 거치면서, 간혹 휠체어가 못가는 곳에서는 산사랑 회원들이 장애인들을 돕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장애인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삼갔다.
산행 내내 부인 이강숙(60)씨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시각장애인 양정석(67·서울 성북구 종암동) 할아버지는 “산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산의 내음을 맡는 것만으로 마음 가득히 산을 그릴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산행에는 산사랑 회원 250여명과 장애인 100여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