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menu-icon
mobile-menu-icon
close
close

미담 공유

''사랑의 전화'' 자원봉사자 이영수씨,

작성자
별**
작성일
2001-06-12
댓글
0
조회수
1538

"0에서 3을 뺄 수 있습니까?" "아니오" 그러니까 바로 옆집에서 1을 꿔와야 돼요" "아, 또 빌려와야 하나?"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들리는 내용만 살펴보면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같지만 목소리는 세상 풍진을 다 겪은 할머니들의 쉰 목소리다. 지난 8일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성인 한글교실'' 화.목반 교실에선 60~70대 할머니 10여명이 ''젊은 할머니 선생님'' 이영수씨(62)의 산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씨는 월.수반 교사인데, 이날 화.목반 교사가 일이 있어 못 나오는 바람에 대신 강의를 맡았다.
예순이 되던 지난 99년부터 일주일에 두번씩 ''사랑의 전화''에 나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씨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단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워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지요"
지난 60년부터 79년까지 대구 부산 등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던 이씨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보람있다고 말한다. 성인한글교실은 1년과정이며 3월과 8월 신입생을 모집한다. 해마다 20여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는데, 글씨와 숫자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손이 굳어 연필도 쥐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손자손녀 이름도 쓰게 됐다며 싱글벙글할 때, 은행 갈 때마다 숫자를 몰라 부탁하곤 했는데 이젠 혼자서도 척척한다고 자랑할 때 이씨 얼굴에도 덩달아 함박웃음꽃이 핀다.
"일흔 넘은 노인들의 뭔가 배우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돌아서면 잊어버릴 나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되풀이해 가르쳐드리지요"
차근차근 알기쉽게 강의하고, 열번 스무번 똑같은 것을 틀려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바로잡아주다보면 오전 10시부터 쉬는 시간없이 두시간 꼬박 수업을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늘 늦게 끝내주는 이씨에게 할머니 학생들은 일기에 서툰 글씨로 "선생님 끝나는 시간 좀 지켜주세요"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한글과 산수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일어서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시집살이하고 자식 키우느라 주눅들어 ''나''라는 걸 잊고 살았던 분들에게 자신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서지요"
한글 산수 여성학까지 가르치는 수업이 끝난 뒤 잠시 갖는 휴식시간에는 할머님들이 선생님이 된다. 인생선배인 할머니 학생들은 이씨에게 된장 맛있게 담는 법도 가르쳐 주고, 아직 장가 안간 아들을 위해 좋은 며느리 고르는 법도 넌지시 일러주곤 한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며느리와 티격태격하며 ''이제 나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구나'' 한숨짓는 노인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봉사를 시작해보세요. 내가 정말 쓸모 있는 사람이란 긍지를 갖게 될 거예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거들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 등 마음만 있다면 도울 일은 너무나 많단다. 봉사를 하고 싶다면 사랑의 전화로 전화(02-712-8600)하거나 홈페이지(www.counsel24.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
첨부파일
비밀번호 입력
본인확인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입력
본인확인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